요즘 TV에서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유행이다.'인포테인먼트'는 정보(인포메이션)와 오락(엔터테인먼트)을 합성한 단어다. 프로그램이 오락과 정보, 즉 재미와 유익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상품이다. 유익한 정보를 즐겁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시청자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일요일 오후 5시 SBS에서 방송하는 '콜럼버스 대발견'도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 시청자들이 제공하는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재미있게 구성하여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디어를 제공한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 자신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들고 나와 진지하게 설명했다. 그러면 연예인 패널이 아이디어에 대해 부연 설명하고 판정단이 아이디어의 가치를 결정한다. 신선한 소재와 구성이다.
'저것도 아이디어라고 가지고 나왔냐? 저거 정말 해 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와! 기발한데, 아니 저건 언젠가 본 듯한 아이디어인데…'라는 여러 생각을 하며 프로그램과 시청자가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 시청자가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TV를 보는 시청자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꽤 괜찮은 프로그램이었다. 일요일 오후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프로그램이 많이 바뀌었다. 여전히 아이디어는 시청자가 제공하고 있지만 출연하지는 않는다. 연예인이 시청자가 제공한 아이디어를 설명한다. 창의성이 담기지 않은 연예인의 설명은 매끄럽긴 하지만 생명력이 없다. 또한 진지함이 없다. 오히려 아이디어를 전하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우습게' 소개한다.
얼마 전에 '우리 하나 되게 해 주세요'라는 아이디어가 소개되었다. 점퍼의 지퍼 규격이 대체로 같은 점을 이용하여 서로 다른 점퍼를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낸 것이 돋보였다. 그러나 여러 벌의 점퍼를 연결하여 많은 연예인들이 함께 입고는 엎어지고 자빠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실소를 자아냈음은 물론 아이디어의 가치도 떨어졌다. '이보다 더 꽉 조일 순 없다'는 '안 풀리는 수건 매듭'에 관한 아이디어였다. 내용과 상관없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려고 했다. '엉덩이가 바지를 씹을 때'는 팬티가 엉덩이에 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제목도 유치했지만 팬티를 입고 직접 재현을 해 보였는데 보기 민망했다.
정보나 유익성은 온 데 간 데 없고 오락만 남은 듯한 느낌이다. 시청자가 참여하는 좋은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란 장점을 상실한 것이 제일 안타깝다. 시청자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재미로 버무려서 맛깔스럽게 내놓은 '콜럼버스 대발견'을 다시 맛보고 싶다.
/맹숙영·방송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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