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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안장애/"이일 저일 불안합니까… 그거 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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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안장애/"이일 저일 불안합니까… 그거 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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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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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걱정이 많고 불안하다. TV에서 본 안 좋은 사고가 내게 생길 것 같다. 한번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일에 집중이 안 되고 잠을 설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이 빨리 뛴다. 호흡이 잘 안 되고 가슴이 답답하다. 소화가 안 되거나 머리가 아프다. 입이 마르고 식은땀이 난다. 병원에서 내시경, 심전도, 혈액검사 등을 받아보지만 딱히 병이라곤 찾을 수 없다. 병원에선 '신경성'이라는 말만 듣는다.'신경성'이라는 진단 뒤에 심각한 질병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범불안장애다. 범불안장애란 위와 같은 신체증상을 동반하며 만성 불안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사회공포, 강박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이 모두 불안장애에 속하는데 유독 범불안장애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약하다. 보통 예민한 성격을 탓하거나, 노인네 걱정이라며 병원을 찾을 생각조차 않는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병원을 찾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2∼3%밖에 안 될 것"이라며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호전되면 '전엔 그렇게 걱정하면서 사는 게 정상인 줄 알았다'고 말한다"고 전한다.

범불안장애는 명백히 치료 받아야 할 질병으로, 2001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2.2%가 평생 한번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남성보다 3배나 많고 남성은 40대가 많은 반면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표 참조).

보통사람도 걱정거리가 많아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고, 대형사고 후 불안이 엄습하기도 한다. 그러나 범불안장애는 지속적 불안으로 정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예를 들어 자영업을 하는 아들을 둔 68세 노모 A씨는 중소기업 부도가 늘고있다는 뉴스를 본 후 늘 아들 사업이 부도날까 전전긍긍한다. 별 근거도 없이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이다. 하루에도 서너차례씩 자식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거나, 식구의 귀가가 늦으면 꼭 사고가 난 것같아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것 등도 이러한 예다.

그런가 하면 45세 주부 B씨처럼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목과 허리가 뻣뻣하고 아파 병원을 들락거린다. 범불안장애의 증상은 심장질환, 과인슐린증, 갑상선 기능항진증 등으로 오인받을 수도 있어 이 과 저 과를 드나들면서 검사를 되풀이한다. 미국에선 이러한 검사비 등을 포함, 범불안장애의 사회적 비용이 연 260억달러(31조원)에 달한다고 조사됐다.

범불안장애는 1년 이상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상황에 받아들이는 인식패턴을 바꾸는 인지행동치료, 잠재의식에 묻혀있는 심리적 갈등을 치료하는 정신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한달 내 약을 끊으면 90% 이상, 6개월내 끊으면 60∼70%, 1년내 끊으면 50%가 재발한다"며 "범불안장애는 최소 1년, 길면 2,3년동안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부작용 없는 항불안제 쏟아진다

범불안장애의 약물치료가 최근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의 약과 작용 메커니즘이 달라 부작용이 적은 신약들이 속속 등장한 덕분이다. 지금까지 널리 쓰여온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중독성 등 문제가 있었으나 최근 1,2년새 2,3세대 항우울제가 항불안제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 등 부작용 없는 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바리움, 아티반 등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불안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가바의 수용체에 작용한다. 이 약들은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만 습관성과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 단점. 전문의의 치료에 따라 조심스럽게 약을 끊지 않으면 증상이 재발하거나 금단증상이 일어난다. 또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켜 노인에게는 골절위험이 있으며 졸린 것도 부작용 중 하나다.

반면 불안, 우울과 관련된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어에피네프린의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들은 이러한 부작용이 없다. 먼저 부스파라는 부스피론계 약물이 한 예다. 강북삼성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9개 대학병원은 부스피론계 신약인 세디엘의 국내시판을 앞두고 부스파와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2세대 항우울제인 세로자트, 3세대 항우울제인 이펙서 등은 2001, 2002년 항불안제로도 효과를 인정받아 불안장애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최신 약들은 효과가 나타나기엔 2주정도 걸리는 것이 단점이나 장기 복용해도 중독성이 없고 부작용이 적어 안전하다. 또 범불안장애는 30∼50%에서 우울증과 함께 나타나는데 항우울제에서 출발한 약을 쓰면 둘 다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김희원기자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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