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대내적으로 지방분권과 지역간 균형발전, 대외적으로 동북아 경제 중심국 건설을 주요 경제정책으로 내세운다. 풍부한 인적자원과 광대한 잠재시장을 바탕으로 경제대국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 경제에 커다란 위협이자 기회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화와 지역주의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 비즈니스권의 대두와 중국경제의 부상이라는 대외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한국의 지리· 경제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 동북아 경제 중심국 전략의 배경일 것이다.그러나 세계의 중심국을 꿈꾸는 중화 사상의 중국, 불황의 늪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여전히 세계 제 2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잠재력과 자존심을 고려할 때 과연 동북아 중심국 실현이 가능한 일인지, 의구심을 품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실현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물류중심의 거점화를 우선해야 할지, 아니면 금융중심을 우선 전략으로 채택해야 하는지, 둘 다 동시에 병행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 검토는 물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한 과제이다.
유럽연합(EU)이 자기 완결형 통합을 심화하고, 남· 북미 통합도 2006년까지 가속적으로 추진하는 야심찬 계획이 발표되는 등 21세기에도 지역주의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동북아 공동체의 여건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동북아 지역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상호의존도를 높여가고 있고, 한 중 일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세계 6위권에 있고, 3국의 인터넷 사용자수가 미국과 유사하다는 점만으로도 에너지·정보기술(IT)분야 공동체 가능성의 여건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환경, 연구개발(R& D), 물류, 금융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세 나라가 어떻게 모색하느냐가 향후 동북아 지역의 공동체 가능성, 나아가 우리 나라의 비즈니스 거점으로서의 역할 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 중 일 두 나라가 동북아 공동체의 형성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라는 데 있으며, 한국 혼자만 입으로만 외쳐대는 상황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이 고부가가치 물류업무를 수행하는 동북아 물류센터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FTA) 뿐만 아니라 관세동맹과 같은 경제통합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 및 일본 어느 나라와도 관세동맹은커녕 FTA도 체결하지 못하였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장기간이 걸릴 것임에 틀림없다.
유럽의 물류거점인 네덜란드는 1957년에 이미 인접국가와 관세동맹을 맺었다. 지금은 유럽연합 전회원국간 물자 교류가 자유롭고 대외관세도 단일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방적이고도 포용적인 역사· 문화적 유산이 뒷받침되어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물류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이나 관세동맹 등 제도적 장치의 선행이 요구되는 반면 금융중심지는 우리나라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관련 법규, 제도 정비, 금융개혁 및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실현 가능하다는 상대적 비교우위가 있다. 금융이 국제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동북아 금융중심지가 되지 않고는 한국이 진정한 동북아 비즈니스 거점이 될 수 없음은 명약관화하다.
비즈니스 거점으로 성공한 국가들은 각국이 처한 지리적 역사적 자연적 여건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인프라 구축과 창의적이며 국제적인 전문인력 양성,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문화의 정착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특징도 함께하고 있다.
동북아 경제 중심국이란 캐치프레이즈가 수사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고 체계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모색하는 총체적 노력이 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만 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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