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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병주고 약주는 카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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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병주고 약주는 카드정책

입력
200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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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동성위기에 몰린 카드업계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말썽 많던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다시 인상하고, 현금대출 비중 축소 같은 규제도 크게 완화해 줄 태세다.정부 당국이 얼마 전까지 '신용대란의 주범' 으로 규제를 가하던 카드업계를 위해 갑자기 선심성 대책을 쏟아내는 것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의 여파로 시장에 카드채 환매요구와 투매현상이 확산되면서 카드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자금난이 자칫 금융위기로 비화할 판인데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1차적으로는 카드업계의 무차별적인 카드남발과 과당출혈경쟁, 그에 따른 연체율 급등이 불씨였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정반대의 역효과가 나타났다면 '정책의 실패' 역시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카드연체가 문제로 등장하자, 수수료 인하,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 확대 등 소나기식 규제를 가해 카드사 경영수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현금대출의 비중을 50%이하로 낮추도록 한 '부대비율규제'는 시장의 충격을 예상치 못한 단견이었음이 드러났다. 카드사마다 단시일 내에 인위적으로 대출을 줄이다 보니 한도축소와 대출금회수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결과적으로 카드부실만 확대하는 악순환만 낳았다. 정부가 이번에 그 시한을 연장키로 했으니 '쇠뿔을 고치려다 소를 잡은' 격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카드 안정대책이 나오자 카드사들은 벌써부터 현금서비스 수수료와 연회비 인상에 나설 조짐이다. 정부가 우왕좌왕 하는 사이 피해는 오로지 소비자의 몫이 되고 있다.

변형섭 경제부 기자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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