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내놓은 신용카드 종합대책은 카드발(發) 금융불안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비상대책 성격이 짙다. 연체율 급등에 따른 경영부실이 올들어 상위 우량 카드사들에게까지 급속도로 파급되는 가운데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자 카드시장 전반의 안정을 위한 비상수단이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카드안정대책 주요 내용
카드업계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규제는 과감히 풀되, 자구계획은 강화한다'는 게 정부 대책의 요지다. 정부는 일단 현재의 카드부실이 업계의 방만한 경영에서 비롯된 만큼 대주주와 경영진의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LG, 삼성, 국민 등 주요 카드사별로 1,000억∼5,000억원 수준의 증자 또는 후순위채 발행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카드사별로 무이자 신용공여기간 단축 할인서비스, 장기무이자할부 등 출혈영업행위 시정 회원 모집비 및 카드발급비용 절감 등의 대책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대신 카드업계의 발목을 잡아온 각종 규제는 대폭 완화할 예정이다. 우선 현금대출 비중(보유자산 기준)을 50%로 줄이도록 한 시한을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 이후로 1년간 연기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당국의 현금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회원의 현금대출 한도를 단시일 내에 급격히 줄이는 폐해는 어느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해 제재하는 적기시정조치의 연체율 기준도 카드사들에게 유리하게 '분모'를 늘리는 관리자산(매각자산 포함) 기준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또 연체회원이 군입대, 출국 등으로 1개월 가량 연락이 끊기면 부모 등 직계가족에게도 채무내용을 통보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빚 독촉'을 제때 못해 연체가 누적되는 상황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수수료·연회비 줄줄이 인상 전망
정부는 카드업계의 경영개선을 위해 업체마다 각종 수수료를 시장상황에 맞게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마련한 '20%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카드사들이 조만간 수수료 인상대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정부의 가격억제로 지난 1년간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평균 3.69% 인하한 상태.
금감위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1% 포인트 인하했을 때 업계 전체로는 약 3,000억원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영난 타개를 위해선 이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인하한 수수료 조정폭 만큼을 원상회복해도 무방하다는 논리로, 현금서비스 이용자들의 부담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부가서비스 축소, 연회비 인상, 신용공여기간 단축 등으로 인한 고객피해도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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