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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보감]<3>살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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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보감]<3>살구씨

입력
200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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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피는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지만 당나라 미인 양귀비는 지난 수천년간 미인의 대표로 군림해 왔다. 문인 백거이는 양귀비와 현종의 애절한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長恨歌)'에서 양귀비의 얼굴을 "옥으로 깎은 듯 곱다"고 칭송했다. 당 현종이 패륜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며느리 양옥환(양귀비)을 아내로 맞아들였던 것도 옥같이 뽀얗고 투명한 피부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 전한다. 양귀비의 미색에 관한 소문이 장안에 널리 퍼지자 여염집 아낙들조차 그 비결을 캐기 위해 아우성을 칠 정도였다.일설에 의하면 양귀비가 죽은 후 그 무덤의 흙이 점점 사라져 후일 주먹만큼 작아졌다고 한다. "양귀비 무덤의 흙을 한 줌씩 퍼다 목욕물에 풀어 씻으면 양귀비처럼 예뻐진다"는 소문이 낳은 결과였다.

피부미인 양귀비가 즐겨 사용한 비방은 살구씨 가루를 기본으로 한 미용크림이다. 살구씨와 경분(輕粉·염화제일수은), 활석을 곱게 갈아 찐 다음 사향을 첨가했다. 사용할 때는 준비된 재료들을 계란흰자와 고루 섞어 크림처럼 만들어 얼굴에 발랐다. 경분과 활석은 피부를 희고 부드럽게 하며 피부의 숨구멍을 열어주는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이 커 지금은 쓰이지 않는다. 또 사향은 이성을 유혹하는 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살구씨 크림은 피부에 윤기를 돌게 하고 사용 후 열흘이 지나면 얼굴이 구슬처럼 빛날 정도로 효과가 뛰어났다고 한다.

한의학에서 살구씨는 행인(杏仁)이라고 하여 여성의 피부를 가꾸는데 으뜸 약재로 친다. 임상에서는 기미, 주근깨 등 얼굴에 색소가 진하게 뭉친 피부질환이나 종기, 부스럼 등의 치료에 쓰인다. 피부에 붙이는 약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특히 노화된 각질을 제거해 맑고 윤기 있는 피부를 만들어 준다.

봄철에는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세수 후 얼굴이 당기고 곳곳에 허연 각질이 일어나기 쉽다. 이 때 살구씨를 이용한 한방팩을 활용할 수 있다. 살구씨 가루를 계란 노른자와 잘 섞은 후 꿀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 다음 얼굴에 넓게 발라준다. 팩을 한 후 30분 정도 지나서 미지근한 물로 부드럽게 닦아낸다. 각질제거 및 미백, 보습효과가 뛰어나다. 단 팩을 하기 전 손등이나 귀밑에 조금 발라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신준식·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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