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농작물은 영양분이 많은 밭에서 자라야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렇지만 와인용 포도는 사정이 좀 다르다. 포도나무는 영양분이 많은 밭에서 자라게 되면 가지와 잎이 너무 많이 자라게 된다. 이 때문에 포도알로 가야 할 영양분이 적어져 열매가 빈약해지고 만다.포도는 오히려 메마르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에서 양질의 열매를 맺는다. 영양이 적은 메마른 밭에서는 포도는 괴로워 하면서 물과 영양분을 찾아 땅 속 깊이 필사적으로 뿌리를 내린다. 그 결과 여러 지층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여 복잡한 느낌의 맛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 히로카네 겐시 지음, 한복진·신현섭 옮김 '한 손에 잡히는 와인'에서
이 설명 아래에 히로카네 겐시의 저 유명한 만화 주인공 시마부장이 나와 "과연 그렇군. 고생을 모르는 사람들은 쓸데없이 살만 뒤룩뒤룩하지" 하고 말하는 그림이 있다. 인간은 뿌리가 없어 땅 속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지만 포도주를 마시면서 가끔 기특한 생각을 한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