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14일 밝힌 '홍보업무 운영방안'은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언론정책의 결정판에 해당한다. 부처 출입기자 제도의 폐지와 개방형 등록 기자제로의 전환, 브리핑 제도의 실시, 사무실 출입취재의 원천봉쇄 및 취재원 접촉창구 일원화 등이 주요 골자다. 이는 청와대가 이미 내놓은 취재 및 보도 관행 개선 방안과 기본 골격이 같고 세부적인 내용은 훨씬 강화된 형태다. 청와대의 지침을 받들어 언론정책의 주무부서인 문화부가 총대를 멨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곧 다른 부처에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이 장관은 이 방안이 정부와 언론의 건전한 긴장관계 형성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정부의 '알리지 않을 권리', 또는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릴 권리'와 국민의 '알 권리'사이에 위태로운 긴장관계가 생길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새 정부의 언론 정책은 기본적으로 오보를 막는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잘못된 언론 관행의 시정'이라는 명분 아래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공급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공무원이 취재에 응할 경우 언론에 취재 당한 내용을 6하 원칙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출하도록 하겠다는 문화부의 방침은 특히 그렇다.
주요 언론사만으로 구성된 폐쇄적 출입기자 제도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개방형 브리핑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발상은 원칙적으로 옳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개방형 제도가 정부의 정보 통제 욕구와 맞물리면 되돌리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잘된 브리핑이라 해도 그것은 정부가 알리고 싶은 정보만을 제공하게 될 소지가 많다. 권력의 속성상 자신에게 불리한 일을 브리핑을 통해 알릴 가능성은 적은데도 브리핑 이외에 취재원과의 독자적 취재를 사실상 봉쇄함으로써 결국 정보의 흐름을 일방통행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면 언론 본연의 의무인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그래서 새 정부가 정말 투명하게 언론정책을 실천할 생각이 있다면 국가 안위와 관련된 비밀을 제외하곤 국회의 경우처럼 모든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비해 아직 브리핑 제도가 뿌리내리지 못해 그렇다는 변명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의나 각 부처의 업무보고에 대한 투명한 공개 의지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중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의 오보에 대해 시시콜콜히 내리고 있는 지침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가 있다. 노 대통령은 오보에 악의(惡意)가 있는지 여부를 대응 수준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악의가 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악의인지, 개혁방향에 대한 이념적 악의인지, 각 부처나 정책에 대한 악의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악의를 판단하는 주체가 항상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쪽이라는 것도 자의적 판단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새 정부의 언론 정책이 제도 변화에 따른 긴장관계와는 별도로 정부와 일부 언론간의 '정서적 갈등'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14일 특검법 공포 방침을 설명하면서 언론에 "거부권을 행사했더라면 더 큰 싸움도 있고 해서 좋았을텐데 그렇게 되지 않아 섭섭하지 않느냐"는, 자칫 비아냥으로 들릴 수 있는 농담을 했다.
노 대통령이 특정 언론에 많이 당해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이것이 '언론은 왜곡하고 싸움 붙이기를 즐기는 고약한 존재'라는 인식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언론정책의 밑바탕에 깔려있다면 그 결과는 '권력과 언론의 정상 관계'로 나타나기 어렵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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