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같은 게임이 뜬다.'최근 '카툰렌더링'이라 불리는 기법을 사용해 3차원 그래픽을 2차원 애니메이션처럼 변형시킨 게임이 국내와 일본에서 다수 제작되고 있다. 3차원 그래픽의 금속성 질감을 싫어하고 동화풍의 아기자기한 그림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의 취향을 노린 것이다. 반대로 3차원 그래픽의 사실감을 극대화시켜 영화 같은 그래픽을 선보이는 게임도 여럿 제작되고 있다. 주로 미국 개발사들이 제작하는 게임들인데, 이렇게 만들어진 1인칭 게임을 하다 보면 정말로 플레이어가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최근 제작되고 있는 국산 온라인게임 중 상당수는 이런 카툰렌더링 기법을 사용했다. 넥슨의 야심작 '마비노기'와 그리곤엔터테인먼트의 '씰 온라인', 타프시스템의 '루시아드' 등이 그것이다. 모두 캐릭터들이 만화 주인공처럼 키에 비해 얼굴이 크고 눈도 커다랗다. 몬스터들도 끔찍하기보단 우스꽝스럽게 생겼다.
이렇게 카툰렌더링 기법을 사용하면 따뜻하고 귀여운 느낌을 일으켜 어린이나 여성 게이머들에게도 호소력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3차원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공간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캐릭터와 배경만 만화처럼 바뀌기 때문에 두 그래픽 기법의 장점을 모두 수용했다고 할 만하다. 최근까지도 실시간 카툰렌더링 기법은 세가사의 '젯 셋 라디오 퓨쳐'와 같은 일본산 최신 콘솔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이러한 게임들이 국내에서도 제작되기 시작해 온라인게임 기술이 국내에 비해 떨어지는 일본으로의 수출 전망도 밝아졌다.
한편 현대전을 다루거나 스포츠, 호러 게임 장르의 경우에는 미국 영화 같은 그래픽 기술이 적합하다. 대테러전을 다룬 1인칭 액션 게임의 대명사 '레인보우식스'의 최신작이나 '피파', 'NBA 라이브' 시리즈 같은 스포츠 게임, 현재 큰 기대를 모으며 제작중인 '둠3' 등이 그 예. 특히 '둠3'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끔찍한 괴물들과 낭자한 선혈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한 동영상을 공개해, 게이머들 사이에 이것이 게임 플레이 화면이냐 별도로 만든 홍보영상이냐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사실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그래픽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람이 총에 맞았을 때 쓰러지면서 화면이 흔들린다든가, 주변에 놓여있는 상자 하나를 건드려도 실제처럼 반응하도록 만드는 등 정확한 물리 법칙을 적용하려는 노력도 병행된다.
이렇게 영화처럼 사실적인 그래픽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정교하게 제작된 게임 엔진이 필요한데, 특히 '퀘이크' 엔진이나 '언리얼' 엔진이 유명하다. 이중 언리얼 엔진은 국산 게임인 '리니지2'에도 사용돼 뛰어난 3차원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 한 몫 했다.
그러나 만화 같은 게임이 인기 있느냐, 영화 같은 게임이 인기 있느냐는 질문은 불필요하다. 게임 전문가들은 그래픽이 게임에 큰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게임 자체의 재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블리자드의 빌 로퍼 부사장도 그래픽보다는 재미가 게임에서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일반에게 공개될 기대작들이 화려한 그래픽 외에 진정한 게임성도 보여줄지 기대된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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