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이종범(33·기아)이 해태시절 한창 잘나갈 때 김응용감독은 "20승투수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다. 부동의 톱타자 이종범의 기량이 20승투수에 버금간다는 판단에서 였다. 지난 시즌까지 3번타순에 배치됐다가 올 시즌부터 1번타자로 복귀하는 이종범이 15일 대구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 홈런 1개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최근 2년간 믿을만한 톱타자가 없어 고민하던 김성한 기아감독의 체증이 확 가시는 순간이었다.2001시즌도중 일본무대에서 국내로 복귀한 이종범은 팀의 중심타선이 약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팀의 3번타자로 뛰었다. 수준급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기대에 못미쳤던 게 사실. 이종범은 지난 시즌에 2할9푼3리로 마감한 게 못내 아쉬운 듯 올 시즌 전지훈련을 앞두고 "2003시즌에는 반드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와이 전지훈련기간동안 김성한 감독은 '바람의 아들'을 1번으로 기용하며 새로운 타순을 시험했다.
오랜만에 톱타자로 복귀한 탓인지 이종범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하와이 전훈 연습경기에서 2할2푼9리로 부진을 보여 김성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애간장을 태웠다.
하지만 이종범은 15일 삼성전에서 115m짜리 아치를 그리는 등 '야구천재'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며 코칭스태프의 우려를 일거에 불식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야구전문가들은 이종범이 전성기때의 빠른 배트스피드와 타격밸런스를 되찾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과 함께 2강으로 평가받는 기아가 올 시즌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위해서는 이종범이 선두타자로서 얼마나 제몫을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점을 잘알고 있는 이종범도 "개인 성적에 연연하지 않겠다. 오로지 팀의 우승을 위해 뛸 뿐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16일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시범경기 롯데-LG(부산), 삼성-기아(대구), 한화-두산(대전), SK-현대(인천) 등 4경기가 모두 우천으로 취소됐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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