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버저가 울리자 축포와 함께 화려한 색깔의 종이꽃가루가 공중에서 눈 내리듯 쏟아졌다. 영국출신 록그룹 퀸의 '우리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이란 노래가 흘러나오고 코트 가운데에서 서로 얼싸안은 우리은행 선수들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우리은행이 1998년 여자프로농구출범이후 처음으로 챔피언 트로피를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1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03 우리금융그룹배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결정(5전3선승제) 4차전에서 타미카 캐칭이 혼자서 45점을 넣고 1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원맨쇼를 펼친데 힘입어 삼성생명을 78―75로 따돌리고 1패후 3연승하며 정상에 올랐다.
캐칭은 총 57표의 기자단 투표중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지도자상은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에게 돌아갔다.
빅게임답게 4쿼터 막판까지 좀처럼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혼전의 연속이었다. 전반에만 두팀은 23개의 턴오버를 기록할만큼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강압수비를 펼쳤고 2,3쿼터에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치며 8번의 동점과 8번의 역전을 주고 받았다.
결정적으로 승부가 갈린 것은 경기 종료 2분여전부터였다. 73―71로 앞서던 삼성생명의 주포 변연하가 5번째 반칙을 범하며 벤치로 물러난 게 결정적 변수. 이어 우리은행 홍현희가 긴장을 억누르며 자유투 2개를 성공시키자 73―73 동점. 잠시후 삼성생명 이미선의 골밑슛이 아슬아슬하게 림을 빗나가자 캐칭이 천금 같은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남은 시간은 1분5초. 사지로 몰린 삼성생명 수비진이 흔들리자 우리은행 김나연은 자유투를 끌어내며 침착하게 2점을 넣었고 75―7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삼성생명이 김계령의 미들슛으로 75―75, 간신히 동점을 만들자 우리은행의 마지막 공격이 개시됐다.
종료 23.6초전 팽팽한 긴장이 계속되던 코트에 폭풍이 몰아쳤다. 챔프전 1,2차전에서 두 감독간 인신공격성 신경전까지 유발했던 부정수비가 발생했다. 삼성생명의 겐트가 자유투라인 안에서 2.9초이상 머무른 것. 삼성생명 박인규 감독은 통한의 가슴을 쳤고 300여 우리은행 응원단은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은행은 캐칭이 자유투 1점을 넣은뒤 한동안 패스를 돌리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10.1초전 조혜진이 자유투 2점을 추가하면서 우리은행은 3점차로 감격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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