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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이탈 14조 어디로…

입력
200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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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시중 자금 흐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와 증시침체, 안전자산 선호현상 등으로 뭉칫돈이 몰렸던 채권과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돈이 이탈하면서 은행·증시·부동산 주변 자금의 단기 부동화(浮動化)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투신권서 14조원 빠져나가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에 다른 투신권 펀드 환매(還買:펀드 해약 후 자금 인출)사태로 이달 11일 이후 나흘동안 총 13조8,000억원이 투신권을 빠져나갔다. SK쇼크로 채권값이 폭락(채권 금리급등)하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이 추가 손실과 환매 금지사태를 우려해 회사채를 편입한 혼합형 펀드와 MMF에서 서둘러 자금을 인출했다.

MMF는 수시로 돈을 맡기고 찾을 수 있는 초단기 금융상품으로 올들어 저금리와 증시 부진의 영향으로 가입액이 급증, 3월 초까지만 해도 62조원을 넘었으나 SK쇼크 이후 13일엔 51조원으로 급감했다.

대기성 자금, 안전한 은행권으로

펀드에서 빠져 나온 '눈치자금'이 일시적으로 MMF와 연관된 위탁주식계좌에 머물면서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큰 폭 증가해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달 초 8조원 안팎에 머물던 고객예탁금은 12일 이후 급증, 13일에는 9조8,664억원으로 늘어났다. 채권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일부 주식으로 이동하면서 주식형 수익증권 잔액도 늘어나 지난 달 말 11조원에 머물던 수탁액이 13일에는 11조3,600억원으로 증가했다.

대우·현대 사태 때를 돌아보면 투신권을 이탈한 자금은 일단 은행 요구불예금이나 시장 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으로 이동해 시장 상황에 따라 부동산·주식 등 다음 투자처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1일 이후 13일까지 3일 동안 시중은행의 MMDA 잔액은 3조1,365억원이 늘어났다.

증시 유입 미지수

채권과 MMF를 이탈한 단기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본격 이동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증시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한 만큼 채권시장을 이탈한 자금이 단기간에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극단적이고 투기적인 채권 선호 현상이 약화하면서 자금 흡인력이 분산돼 주식시장이 안정될 경우 증시 수급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쇼크 이후 증시 폭락기간 동안 외국인과 기관은 번갈아가며 3,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한 반면 개인은 3일 연속 1,000억원 안팎을 순매수해 3월 들어 2,667억원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였다

경기부양·금리인하 땐 부동산으로

전문가들은 MMF에서 이탈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정책과 증시 안정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 유동성 위기 이후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정부가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쓰면서 대거 부동산으로 이동했다.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오현석 연구원은 "정부가 과거와 같은 성급한 내수부양책을 내놓거나 금리를 인하할 경우 단기 부동 자금이 부동산이나 국공채로 다시 몰릴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 신용 리스크(위험)가 높아지는 만큼 정책 딜레마가 심하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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