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3월17일 필리핀 대통령 라몬 막사이사이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작고했다. 50세였다. 막사이사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자유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정치 활동 내내 친미 우익 노선으로 일관했지만, 자신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훌쩍 넘어 필리핀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가 무엇보다도 청렴결백한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막사이사이의 가장 큰 업적은 국방부 장관으로 있던 1950년부터 세 해 동안 좌익 게릴라 후크발라하프를 성공적으로 진압한 것일 터이다. 막사이사이는 정부가 농민들의 신뢰를 얻지 않고는 게릴라를 뿌리뽑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기존 농민들만이 아니라 무기를 버린 게릴라들에게 땅을 주고, 군대가 농민이나 투항 게릴라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군기를 엄정히 확립했다. 중국 국공내전 시기에 마오쩌둥(毛澤東)이 농민과 우익 국민당을 분리시켰던 방식으로 막사이사이는 농민과 좌익 게릴라를 분리시킨 것이다. 막사이사이가 군부에서 수행한 부패 추방 캠페인은 정계로 불똥이 튀면서 적을 많이 만들어냈고, 그는 1953년 국방장관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그는 그 해에 야당인 국민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나가 현직 대통령 엘피디오 키리노를 물리치고 필리핀의 제3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가 죽은 이듬해 막사이사이재단이 제정한 막사이사이상은 정부활동, 공공봉사, 지역사회 지도, 언론문화, 국제이해 증진의 다섯 분야에 걸쳐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해마다 수여된다. 한국인으로는 언론인 장준하(1962), 교육자 김활란(1963), 농민운동가 김용기(1966), 법률가 이태영(1975), 의료인 장기려(1979), 사회사업가 김임순(1989), 법륜스님(2002)이 이 상을 받았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