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수 검찰총장 내정자에게 보내는 송종의(宋宗義) 전 법제처장의 서신이 장안의 화제다. 14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편지에는 검사 OB로서의 애정과 함께, 초야에 몸 담은 야인으로서 느껴온 감상이 솔직하게 표현돼 있다. 전반부는 송광수 총장 내정자에 대한 믿음과 기대에 관한 것이지만, 후반부는 검찰에 대한 실망과 개탄으로 가득 차 있다.그는 '냄새 없는 악취'란 말로 검찰의 부패와 무기력을 안타까워 했다. '몇 달이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무슨 무슨 게이트' '몇 명이나 되는 특별검사들' '이를 바라만 보고 있는 불쌍한 검사들'이 사례로 적시되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하고싶었던 것 같은 말은 말미에 잠깐 언급되어 있다. 지난 9일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회에 관한 느낌이었다. 그는 "TV로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혼자 마음 속의 눈물을 한 없이 쏟았다"고 토로했다. 8년 전 퇴직할 때 후배들에게 당부한 검찰의 권위와 명예와 국민의 존경심은 이제 죽은 말이 되었다고 단정하면서, 그는 오늘날 검찰의 병이 인체의 가장 깊은 곳인 심장 주위(膏?)에까지 이르러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고 개탄했다. 관심사는 오로지 보직과 승진 뿐인 양, 청문회에서 따지듯이 대통령을 몰아세우며 인사에 관한 것만 주장하는 후배들을 바라본 소회가 아닐까.
토론회 이후 '검사(檢事)스럽다'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까닭을 검찰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에게 대드는 버릇 없는 자식이라는 뜻의 조어가 왜 생겼는지 겸허하게 성찰해야 한다. 시중 술집과 네티즌 사회에 회자되는 집단 이기주의, 무례, 교양 결여, 오만, 무책임, 특권의식 같은 말들이 뜻하는 바와 함께. 검찰 내부 통신망에 조차 '국민의 공감을 얻는데 완벽한 패배'라는 진단이 있었고 보면, 검찰이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지 자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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