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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참여정부가 "촛불" 유린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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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참여정부가 "촛불" 유린하다니…"

입력
2003.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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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 회원들이 연행된 서울 남부경찰서 앞.이날 오후 범대위 회원 한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식에 언론사 취재진 10여명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남부경찰서측은 전경 30여명을 내세워 정문을 막아선 채 항의하러 온 70여명의 범대위 회원은 물론, 기자들의 출입도 전면통제했다. 경찰서측에선 "기자들이 들어올 경우 시위대도 따라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취재진을 가로막았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연행된 범대위 회원은 모두 21명. 이들은 각각 노량진경찰서와 남부경찰서로 이송됐지만 연행과정에서 뿐 아니라 조사과정에서도 경찰들과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남부서 연행자 대기실에 끌려왔던 11명의 범대위 회원들은 '불법연행'을 항의하기 위해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소속 어머니 17명과 함께 서장 면담을 요청하다 전경들에게 마구 떼밀려 나뒹굴었다.

이 과정에서 강성희(31)씨가 강당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한동안 의식을 잃는 바람에 인근 병원에 실려갔다. 부상을 당한 시민은 강씨 뿐만이 아니다. 노량진경찰서에서는 유치장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결혼을 앞둔 20대 여성 한명이 경찰에 머리채를 붙잡혀 넘어지며 하혈을 해 산부인과 병원으로 실려갔다. 또한 14일 오전에는 지문 채취를 거부하던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게 팔을 꺾이는 등 가혹행위를 당해 실신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평범한 시민으로 범대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강씨는 "촛불 시위는 어디까지나 평화를 위한 작은 소망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평화적 시위"라며 "명색이 촛불의 힘으로 출범했다는 참여정부의 인권유린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14일 물의를 빚은 책임을 물어 오진선 서울 남부경찰서장을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장으로 전보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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