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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 뒤/ 권양숙 여사의 청와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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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 뒤/ 권양숙 여사의 청와대 생활

입력
2003.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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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은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가 청와대의 안주인이 된 지 18일째 되는 날이다. 퍼스트레이디로서 권 여사의 청와대 생활은 어떨까. 주변인을 통해 들어본 권 여사의 청와대 일상을 가상일기 형식으로 구성해봤다."청와대 관저로 살림을 옮긴 지가 벌써 18일이나 됐다. 처음 살림집인 관저에 들어왔을 땐 넓어서 정말 좋았다. 명륜동 집에 비하면 크긴 크다. 무엇보다 잔디가 곱게 깔려있는 마당이 맘에 든다. 산책로도 훌륭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고민도 생겼다. 1990년에 지어진 뒤 한번도 제대로 손을 보지 않은 탓인지 보수할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우리 부부가 자는 침실 바닥에는 최근에는 일반인도 거의 쓰지 않는 노란색 비닐 장판이 깔려있다. 그나마 이음새가 어긋나 보기가 흉하다. 일부 커튼은 너무 오래돼 원래 흰색이었던 것이 회색으로 보일 정도다. 벽지도 많이 낡았다. 하지만 보수공사는 당장 엄두를 낼 수가 없다. 국민 세금을 써야 한다는 게 영 맘이 걸린다. 경호도 아직은 익숙하지 못하다. 주초에 봄 기운이 완연해서 그냥 경호원한테 얘기하지 않고 산책도 할 겸 관저를 나섰는데 경호원들이 깜짝 놀래서 차를 몰고 쫓아오며 '왜 말씀도 하지 않고 나가십니까'라며 뭐라고 했다.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있나, 받아들여야지.

얼마 전에는 우리 부부가 함께 관저 경내를 산책하는데 경호원들이 여러 명 따라 다니며 눈길을 떼지 않았다. 영 불편했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여기는 안전하죠'라고 물었고 경호원이 '그렇다'고 하자 '그럼 우리끼리 있게 해달라'고 해서 그 다음부턴 경호원이 한명으로 줄었다. 우리는 이제 경호원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거리낌없이 손도 잡고 오붓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번 주말에도 건호(建昊·아들), 정연(靜姸·딸)이 내외를 관저로 오라고해 식사나 함께 해야겠다. 세상과 차단돼 살다 보니 아이들 만나서 하루 함께 자는 게 가장 즐겁고 편하다. 며느리는 매우 살갑게 대하는데 사위는 우리한테 오는 걸 좀 불편해 하는 것 같다. 사법연수원생이니까 주변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겠지.

본관에 있는 내 집무실은 이번 주부터 나가기 시작했다. 주로 책을 읽고 부속실장한테 보육 청소년 육아에 대한 브리핑을 듣기도 한다. 나야 아직은 여성 비서관들을 관저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등 안살림을 챙기는 게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퍼스트레이디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게 적절한지 구상해서 나도 제 역할을 찾을 참이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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