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블루멘펠트 지음·김미정 옮김 하서 발행·1만원
1986년 미국의 리비아 폭격에 항의하는 일련의 테러가 예루살렘에서 발생했다. 유대계 미국인 다비드 블루멘펠트는 성지 순례 중 총격을 당한다. 총알은 빗나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의 딸 로라는 자유와 인간의 존엄이라는 신념이 깨지는 것을 경험했고 언젠가 반드시 범인을 찾아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13년 뒤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된 로라는 예루살렘 지국장을 맡아 이스라엘에 도착, 테러범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이미 '복수'에 관한 책을 내기로 출판사와 계약해 놓고 떠나온 상태다. 하지만 로라의 논리는 아버지를 쏜 테러범 오마르 카티브의 논리보다 약하다. 카티브는 어느날 갑자기 이스라엘 영토에 편입돼 그들의 법과 통치 논리에 따라 억압당하고 차별 받아 온 팔레스타인인들의 정당한 투쟁 논리로 무장한 영문학 전공의 지식인이다.
반면 로라는 자신이 왜 복수를 하는지, 테러범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용서를 구하게 만들고 싶은지 또는 똑같이 총을 쏘아야 하는 건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복수인지 갈등하는 미국인이다.
수십 차례 카티브 가족을 만나고, 25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인 카티브를 면회하면서 이들이 너무도 마음씨 착한 사람들임을 절절이 깨닫는다. 그리고 99년 로라는 마침내 법정에서 카티브의 가석방을 탄원한다. 휴머니즘이 어떻게 이데올로기를 이기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실화이다.
지난해 출간 직후 미국에서 중동 분쟁 해결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뉴스위크 등이 대서특필했고, 이 내용이 국내에도 크게 소개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읽고 감동 받아 저자에게 직접 "좋은 책"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