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세게 휘저어놓았으니 이제 변호사로 돌아가긴 글렀네요."박범계(朴範界)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요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많은 검사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생들도 대하는 태도가 전 같지 않고 서먹하다. 대통령직 인수위 때부터 검찰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고 검찰의 서열파괴 인사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온 터라 밖에서는 그를 '검찰 파동의 진원지'로 지목하고 있다.
아는 사람들을 통해 이런저런 비난의 말도 전해진다. 이에 "나 혼자 검찰개혁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큰 울타리 속에서 부분적으로 기능한 것에 불과한데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편치 않은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청와대와 검찰의 기싸움이 전개됐을 때는 정말 안절부절 못했다"고 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 때는 사법연수원 동기생도 너댓명 참석하는 바람에 마치 자신이 바늘방석에 앉은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검찰 인사가 '서운하다'는 호남쪽의 정서를 빼고는 대체로 괜찮다는 평이어서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검찰 말고 국가정보원의 개혁도 그의 일이다. 박 비서관은 "검찰은 인사로 큰 방향을 잡았지만 국정원은 이제 시작"이라면서 "국정원쪽 일에 매달려 개혁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의 지각변동이 그의 손에 달린 셈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의 측근이 맞긴 맞는 모양이네요"라고 슬쩍 떠보자 그는 펄쩍 뛰었다. "측근은 무슨 측근. 노 대통령은 내가 일방적으로 존경하는 정치인일 뿐"이라며 정색했다. 박 비서관은 "남들이 그런 말을 하고 있다면 아마 우리 사회의 주류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노 대통령과 코드가 비슷해서 그럴거다"라고 이유를 댔다.
그는 노 대통령의 측근중 가장 짧은 기간에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변신에 성공한 사람이다. 지난해 10월28일 판사직을 버리고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놨다. 그는 "경선을 통해 뽑힌 대선 후보를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흔드는 민주당의 세태와 김민석 의원의 민주당 탈당에 격분한 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아니냐"는 질문에는 애써 부정하기 보다는 "어차피 정치와 무관한 삶은 없지 않느냐"고 받아넘겼다.
올해 40세인 그는 청와대 비서관 중에서도 젊은 축에 낀다. 지난 달 21일 인수위 마지막 전체회의에선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해 인수위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약속대로 청와대에서도 열정적으로 일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비서관은 또 한번의 변신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포부를 펴보고 싶다"면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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