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컵경기장이 대규모 음악 공연장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할까?주빈 메타가 지휘하고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가 협연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4월1일)과 장이모 감독이 연출하는 푸치니의 야외오페라 투란도트(5월8∼11일) 공연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점검하는 무대다.
6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에서 공연을 열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연주자의 개런티와 공연 비용에 대한 고려 때문이다. 빈 필은 오케스트라 개런티만 10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투란도트는 무대세트를 설치하는 데만 15억원이 넘게 든다. 일반 공연장에서는 매진이 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없다.
야외 공연을 선택한다면 세계 3대 테너 공연이 이뤄진 올림픽 주경기장보다는 월드컵경기장이 유리하다. 빈 필 공연을 기획한 MBC 사업국의 이성봉 실장은 "축구 전용구장이기 때문에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다른 경기장보다 훨씬 가깝다"고 말했다. 과천 경마공원에서 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바꾼 투란도트 추진사무국측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야외 공연에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잔디 훼손 가능성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협의가 끝났지만 음향과 조명 등 남은 문제가 많다. 별도의 음향시설을 하지 않으면 자리마다 음질의 차이가 크고, 무대에서 객석까지 제대로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투란도트 공연에서는 오케스트라와 성악가가 수백개의 마이크를 사용하고 그 소리를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빈 필 공연은 오케스트라가 지정한 오스트리아 음향공학자가 100억원이 넘는 고가 음향장비를 갖고 온다. 사용비용만도 수억원에 이른다. 오케스트라의 뒤쪽 3개면을 막고 반사음을 조절해 공연장과 유사한 여건을 만든다. 공연 전날인 31일에는 음향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내셔널 심포니가 같은 무대에서 같은 레퍼토리로 '시험연주'도 갖는다.
투란도트는 무대 위쪽인 월드컵경기장의 지붕에 조명을 설치하는 문제를 경기장측과 협의하고 있다. 공연장 조명과 유사한 각도로 만들어 월드컵경기장의 자체 조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조수미의 '마이 스토리'는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공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표적 실패 사례다. 당시 관객들은 회의장인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조수미 대신 앞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모기 소리만한 노래와 피아노 연주를 들어야 했다. 조씨는 나중에 홈페이지에 사과문까지 올려야 했다.
현재 빈 필, 투란도트 공연 관계자들은 "관객석 어디에서도 무대가 보이게 동서남북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좌석 배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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