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송금사건 특검법안 공포를 둘러싼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당의 거부권 행사 요청을 끝내 수용하지 않은데 대해 겉으로는 "고심 끝에 나온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크게 환영했다.특히 동교동계를 비롯한 민주당 구주류측은 말을 아끼면서도 충격에 휩싸인 듯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날 밤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측은 "아무 것도 말할 게 없다"며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동교동 사저의 한 비서는 "김 전 대통령은 TV를 통해 담담하게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 봤으며, 회견 내용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는 "할 말은 많지만 말을 아끼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정균환 총무도 입을 굳게 다문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 노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냈다.
한광옥(韓光玉)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측근들은 "지금 상황이 무척 좋지 않다"는 말로 분위기를 전했다. 최재승(崔在昇) 의원은 "전율을 느낀다"고 말했고,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대통령이 나름대로 복안이 있으니 공포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구주류측 일각에선 "호남 민심이 좋지 않다"며 "이럴 바에야 차라리 서로 갈라서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말도 있다"고 격앙된 기류를 전했다.
이에 비해 신주류와 일부 중도파는 노 대통령의 결정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조순형(趙舜衡) 고문은 "현명한 결단"이라고 반겼고,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특검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실무적으로 어떻게 접근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다"면서 "한나라당은 글자 하나도 고칠 수 없다는 유아독존적 사고를 버리고 국익과 여야 상생정치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한나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대행은 이날 "노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규택 총무는 "여야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약속한 대로 민주당과 특검법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특검법 공포로 국민혈세를 북에 갖다 준 국기문란 사건의 실체가 규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