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분식회계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 SK(주)의 소액주주들이 분노했다.소액주주들은 14일 오전 10시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 컨벤션센터에서 1시간30여분동안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의 부도덕성과 회사 가치하락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사진 총사퇴를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주총 의장인 황두열 부회장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발생한 초유의 불미스런 사태에 대해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인사말을 마치자마자 주주석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60대의 한 주주는 감사의 보고가 끝나자 "감사가 (최태원) 회장이 뭐하는지도 모르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고하느냐"고 따졌다.
대차대조표 승인과 이사선임, 감사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으로 구성된 의안심의 절차에 들어가자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서울 삼성동의 이유진씨는 "1만4,000원 하던 주가가 며칠사이 7,000원대로 폭락했다"며 "회사가치 추락의 책임을 지고 최 회장과 황 부회장 등 이사진이 총사퇴할 의향이 없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른 주주도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동으로 회사 신인도를 떨어뜨렸다"고 분개했고, 또 다른 주주는 "회사가 작은 선물로 사람들 마음을 돌리려 한다"며 미리 나눠준 선물을 팽개치기도 했다.
감사 선임 안건이 상정되자 일부 대주주까지 회사경영 문제를 지적하며 안건에 반대, 표결까지 가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템플턴자산운용(주)의 337만주를 대리해 참석한 채승한씨는 "현 사태에 대해 모든 이사들이 책임이 있으며 지금 SK가 보여줘야 할 것은 투명성"이라면서 감사승인과 사외이사 승인을 반대했다. 표 집계 결과, 의결주식수의 28%인 1,468만주가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나 경영진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반영했다.
소액주주들은 특히 SK글로벌로 인한 피해가 SK(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대책과 주가 회복에 대한 주문들을 쏟아냈다.
70대의 김도식씨는 "대구지하철 참사에서 화재가 나지 않은 다른 열차의 피해가 컸던 것처럼 SK글로벌의 불똥이 SK(주)로 튀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주주는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SK텔레콤 주식의 전량 매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황 부회장은 "주가하락 방지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SK텔레콤 주식도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매각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겠다"며 원칙론으로 답변을 피해나갔다. 그는 주총 내내 거듭 "앞으로 주주이익에 배치되는 경영은 하지 않겠다"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으나,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대방동 사옥에서 열린 SK텔레콤 정기주총은 별 소란없이 30분 만에 마무리돼 대조를 이뤘다. SK텔레콤은 이날 주총에서 임기 만료된 손길승 이사와 표문수 이사를 각각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김용운 포스코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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