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분식회계 쇼크로 은행·증권·투신사가 판매한 펀드(수익증권)나 초단기금융상품(MMF)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채권금리 급등(채권가격 하락)과 주가 폭락으로 손실을 피할 수 없는 데다, 가입한 펀드를 당장 환매(還買:펀드 해약 후 자금 인출)해야 할 것인지, 보유하고 있어야 할 지 난감하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투자자가 가입한 펀드에 SK글로벌 관련 채권이나 주식이 어느 정도 편입돼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 후 대응 방안을 정하고, 채권형 펀드 가입자의 경우 당장 환매를 요청하기 보다는 당분간 사태 전개를 주시하며 보유하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투신업계는 12일까지만 해도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SK글로벌 채권이 편입된 펀드 뿐만 아니라 일반 펀드로까지 환매가 몰려 이날 하루 5조원이 빠져 나갔지만 13일부터는 환매 사태가 다소 진정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편입여부 확인해야
우선 채권형 펀드나 MMF 투자자들은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나 은행에 전화로 문의하거나 방문해 자신이 가입한 펀드와 MMF에 SK글로벌 채권이나 기업어음(CP)이 들어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부 투신사에 따라서는 SK글로벌 회사채나 기업어음이 들어있는 펀드는 당분간 환매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사나 은행은 고객이 요청할 경우 펀드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 제일투신 현대투신 국민투신 등이 SK글로벌 채권을 상당부분 펀드에 편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신권 전체로는 7,000억∼8,000억원의 SK글로벌 회사채 및 기업어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판매사는 현재 펀드환매 요청에 대해 부분환매를 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펀드 설정잔액이 1,000억원이고 이중 SK글로벌 유가증권이 100억원 정도 편입돼 있을 경우, SK부분을 제외한 금액만 환매해준다. 고객이 요청한 출금액 중 10%는 나중에 환매해 준다는 얘기다. SK글로벌 회사채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락하면서 매매가 되지 않아 정확한 가격을 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투자신탁증권 김대현 마케팅 부장은 "펀드 운용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앞으로 1∼2주 후 동일한 가격 기준이 정해지면 환매가 가능할 것"이라며 "무보증 채권이 많았던 대우 때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차분히 대응해도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보유 유리
전문가들이 환매보다 당분간 보유를 권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급등(채권가격 폭락)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심리가 안정될 경우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시장내 채권 수급 등에 따라 금리는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투자신탁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SK글로벌 충격으로 금리가 급등한 만큼 정부의 시장안정책 이후 점차 하향 안정될 것"이라며 "투신사에서 환매된 자금이 갈 수 있는 투자처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시 채권시장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채권형펀드의 환매를 요청한다면 이미 급락한 펀드가로 계산된 자금을 받게 되고 이는 금리가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 반전할 경우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펀드 환매수수료를 내야 하는 경우라면 손실폭이 확대될 수도 있다.
유석윤 LG투자신탁운용 마케팅팀장은 "SK글로벌이 발행한 채권이 편입된 펀드라 할지라도 편입비율 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아직 가격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포심리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다만 MMF에 가입한 투자자는 환매한 후 나중에 재가입을 고려하는 것도 좋다는 의견도 나왔다. MMF에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이 단기 유동적인데다 환매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