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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진정불구 불안 여전/기관 자제속 총 4兆원 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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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진정불구 불안 여전/기관 자제속 총 4兆원 환매

입력
200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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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으로 야기된 채권·주식·외환 등 금융시장의 총체적 요동은 13일 한국은행의 시장안정책 등 잇단 정부대책과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유지 발표로 기세가 가라앉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채권 시장에서는 기관의 환매 자제에도 불구하고 머니마켓펀드(MMF)를 중심으로 총 4조원대의 환매세가 이어지며 금리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또 증시 역시 트리플위칭데이(지수선물·옵션·주식옵션 동시 만기일)인데다, SK글로벌 파문에 따른 팔자세가 금융주 전체로 도미노처럼 확산되면서 한때 510선대까지 떨어지는 등 불안감을 털지 못했다.

한은·투신권 잇단 긴급대책

이날 시장안정에는 한국은행의 안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2조원 어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고객들의 환매 요구로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증권사 등에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 또 투신사들이 고객의 환매에 응하기 위해 내다파는 국채를 인수하는 세력이 없어서 시중 채권금리가 최근 급격히 오른 점을 감안, 필요시 국채를 시장에서 직접 인수해 금리를 안정시키기로 했다.

투신권 사장단 역시 이날 오전 긴급회동을 갖고 대규모 환매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투신권은 이날 회의에서 연기금과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가의 환매 자제를 요청, 대부분 기관의 협력을 얻어냈다.

이에 앞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은 12일 심야 대책회의를 갖고 금융시장 안정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국책 은행장들에게 거래 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지원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닉'은 진정, 불안은 지속

채권시장은 당국과 업계의 긴급 대응으로 일단 전날과 같은 '패닉' 수준의 환매 쇄도는 나타나지 않았다. 투신권 사장단의 환매 자제 요청과 한은의 국고채 직매입 방침 발표 등의 약효가 먹히면서 장중 5.40%까지 올랐던 국고채 3년 만기물 금리는 전날 보다 0.04%포인트 오른 5.24%로 마감됐다. 한국투신증권 한동규 실장은 "전날 3조원 내외의 환매 요구를 냈던 기관의 요구가 거의 없었던 것이 금리 추가 상승폭을 낮췄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매 요청 대상 펀드가 전날 SK그룹 관련주 편입 펀드에서 향후 금리 추가상승에 대한 우려에 따라 모든 펀드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개인의 환매 요구는 이어졌다.

한 실장은 "채권가격 바닥 경계심에도 불구하고, 향후 금리가 상승해 펀드 가치가 계약시점 대비 0.5% 하락할 경우 적용하는 시가평가로 발생할 손실을 개인의 환매가 오전에만 2조원 가까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과 달리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양상이 이어졌다. 전날 SK그룹 관련주와 은행주에 미쳤던 분식회계 파장이 증권·보험업종까지 확대되며 오전 한때 지수가 514포인트까지 급락하며 우려감이 극에 달했다.

여기에 트리플위칭데이를 맞아 동시호가 마감인 오후 2시50분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도에 대한 압력이 증폭되며 삼성전자 등 분식회계와 관련 없는 대형주 역시 속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장 막판 들어 대형주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수세가 대규모로 유입되며 전날 수준의 약보합세를 가까스로 유지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시시각각 발표되는 뉴스에 의해 1,237.00∼1,254.50원 사이에서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나타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5.00원 오른 1,250.00원에 개장된 뒤 1,254.50원까지 급등했다가 역외 차익매물 공급이 폭주하고 한은의 시장 안정대책 발표가 임박하면서 1,237.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대책이 나온 후에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2∼3원정도 오른 가운데 거래되다가 전날 수준으로 마감됐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일단 소강국면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가셨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향후 SK글로벌 처리 여부, 정부의 경제 대응 방향 등을 주시하며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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