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제사회의 시선은 미·영의 대이라크 전쟁에 쏠려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 전쟁이 가까워 올수록 더 큰 위기가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뜰 필요가 있다. 바로 북핵 사태를 놓고 궁극적으로 벌어질 북한과 미국과의 충돌 국면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2월 중순 부시 정부가 현정부의 한 장관에게 영변 핵 시설 폭격을 타진했었다는 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정부가 당장 사실을 부인했지만 군사력을 동원한 북핵 사태 해결 방안은 지난 10월 켈리-강석주회담 이후 끊임없이 미 언론에 보도되었다. 한국의 여론이 반대하자 미국정부는 이를 부인하거나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물러서곤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을 비롯하여 파월 국무장관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미 고위층은 모든 대안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는 식으로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암시해 왔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북핵 사태는 훨씬 심각하다. 미국의 군사력이 이라크 전쟁에 집중되어 있지만, 국무부와 국방부 한켠에서는 북한 핵 시설 폭격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 북한의 도전적 행동에 냉정함을 잃지 않고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외교적 해결에 기대를 거는 측면도 있지만 이라크 문제에 전념하기 위해 위기를 애써 무시하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영변 폭격을 반대하는 것은 이로써 한반도에 전쟁을 촉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재앙은 가늠하기 힘들다. 미국 정부에 북폭이 몰고 올 엄청난 재앙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나 '무력은 안 된다'는 식으로만 미국을 설득할 수 없다. 북한의 핵무장을 포기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동맹국과 함께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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