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부당내부거래 및 세무 조사를 전격 유보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시민단체 등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는 등 개혁속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한국 경제가 총체적인 어려움에 빠져들었다는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13일 시민단체들은 이미 예고된 부당내부거래 조사마저 중단할 경우 시장의 불신감만 높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김상조(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예고된 부당내부거래와 분식회계, 세무 조사마저 미룬다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불투명한 지를 시장에 확인시켜주는 꼴"이라며 "시장의 생리도 모르는 근시안적이며 관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 권영준(경희대 교수) 정책위원장도 "불법·탈법 행위에 대해 대증적 요법을 동원,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것은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단기적인 위기관리와 중장기적인 체질강화는 구분할 필요가 있으며, 경제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개혁을 미룰 게 아니라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한 목소리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간경제연구소 등 재계는 정부의 개혁속도 조절 방침에 "뒤늦게 경제현실을 인식했다"며 환영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전무는 "정부 조치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공정위, 국세청 등이 조사를 강행할 경우 수개월씩 기업 경영이 마비되고, 경영계획을 축소지향적으로 다시 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인권 연구위원도 "모든 기업들이 SK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지금은 개혁을 강행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제정책도 우선순위를 가려야 하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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