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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민병헌 "안개" 전/보일듯 말듯… 잿빛세상의 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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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민병헌 "안개" 전/보일듯 말듯… 잿빛세상의 긴 여운

입력
200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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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이 과연 실경(實景)인가. 11일 카이스 갤러리(02―511―0668)에서 개막해 4월 4일까지 열리는 중견 사진작가 민병헌(48)씨의 16회 개인전에 나온 '안개' 연작 흑백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런 의문이 든다. 한결 같이 암울할 정도의 잿빛 톤에, 대상으로 찍힌 사물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겨우 존재하고 있다. 오래 들여다보다간 자칫 회색 속으로 빨려들고 말 것 같다.그러나 이 사진들은 분명한 실경이다. 작가는 1998년부터 작업실이 있는 경기 양평군 양수리 등 남한강 주변에서 이 사진들을 찍어왔다.

민씨는 철저한 아날로그 작가다. 니콘F3 카메라로 찍는 것부터 인화까지, 결벽하다 싶을 정도로 조작이 없는 스트레이트 사진을 고집한다. "사진은 눈"이라는 그의 주장이 맞다면 그의 사진은 우리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풍경인 셈이다. 일년 내내 새벽이면 피어 오르는 남한강의 안개를 찾았다는 그는 "흐린 날 돌아다니다 보니 풀숲이 속속들이 다 들여다 보였다"고 말했다.

희미하게 한 점으로만 찍힌 오리의 헤엄과 뒤로 일어나는 물살, 잎을 모두 떨구고 핏줄 같은 잔가지들을 드러낸 나무, 비구름에 잠긴 산중턱 등 자연의 풍경과 어스름에 가로등을 밝힌 고가도로, 한강 너머 서울의 야경 등 도시적 풍경을 가릴 것 없이 그의 사진 하나 하나는 화선지에 번진 먹 자국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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