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요즘 저에게 카메라를 들고 하늘을 찍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런 저를 보고 왜 그렇게 하늘에 집착하냐고 사람들이 묻더군요. "그냥 좋아서"라고 대답했지만, 사실 그 버릇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거랍니다.살아계실 때에는 "아빠"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아빠 대신 하늘을 쳐다보고 마음 속으로 아버지라고 부르게 되네요. 이제 아버지는 제 가슴 속에, 제 기억 속에만 계시니까요. 저는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특발성 폐섬유증'이 어떤 병인지, 미리 막을 수는 없었는지 요즘도 인터넷을 떠돌며 자료를 찾아보곤 해요.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5년 내에 사망한다는 무서운 질병이었는데, 우린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아버지의 일기장에서 저는 뒤늦게야 알게 되었어요. 가족들 몰래 당신 혼자만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게 아직도 제 마음 한가운데에 아프게 남아있답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유난히 예뻐해 주신 제가 어느덧 서른이 넘은 노처녀가 되었어요.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봐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데, 전 지금까지도 제 짝을 만나지 못해 엄마 속을 끓이고 있답니다.
지난 주에 엄마와 함께 친구 결혼식에 다녀온 후로는 엄마와의 입씨름도 더 잦아졌어요. 결혼식에서 아버지 손을 잡고 '신부입장'하는 친구를 보니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고,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저도 모르게 울컥해 괜히 엄마에게 심통만 부렸지 뭐예요. 아버지가 그립다고, 아버지가 너무나 보고 싶다고, 엄마에게는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거든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6개월쯤 지났을 때였어요. 토요일 오후 성당 모임에 다녀오신 엄마가 "밥 안 해놨다고 아빠 잔소리하겠다. 퇴근하시기 전에 얼른 준비해야지" 하시며 허겁지겁 점심을 준비하시던 적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잠깐 잊어버리신 거죠. 그런 엄마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전 그냥 엄마 손을 꼬옥 잡았어요. 그러자 엄마는 당황한 표정을 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마시더군요.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 엄마와 저는 부엌에 앉아 그렇게 한참을 울었답니다.
그런 일을 겪은 후로는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말을 엄마에게는 한번도 한 적이 없어요. 그 대신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 보고 한번씩 눈물짓곤 합니다.
아버지! 이 세상 어딜 가더라도 아버지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힘들게 합니다. 언제쯤이면 저도 미소 지으면서 아버지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더 많이 엄마를 사랑하는 딸이 될게요. 저에게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그건 아버지가 제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아버지! 언제나 사랑합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조현경·서울 송파구 송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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