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됩니까? 개별 노사분규사업장마다 장관이 쫓아다니려면 장관이 한 100명은 돼야죠."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13일 기자실을 찾아 두산중공업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숨막혔던 사흘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권 장관은 두산중공업 사태는 통상적 분규와는 다른 매우 예외적 사건임을 강조했다.'대화와 타협을 통한 자율적 해결'원칙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해명이었다.
63일간 분신노동자 시신을 담보로 노사가 평행선을 달린 두산중공업 노사분규는 과거의 노사분규와 다른 양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불법행위를 자행했다고 폭로하고 회사는 노조측에 천문학적 손배소송을 내는 등 서로 생채기를 냈다. 이 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분신자살하는 비극도 뒤따랐다.
결국 노조는 총파업을, 회사는 휴업이라는 협박용 카드를 내밀며 벼랑 끝에 선 시점에서 장관이 직접 나섰고 사태는 다행히 일단락됐다. 일각에서는 "사측이 이 정도까지 양보할 거였다면 진작에 끝낼 수도 있었다"는 비난도 나온다. 사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SK의 부당내부거래 수사가 이뤄지고 두산의 편법증여 의혹이 불거지는 등 재계가 수세에 몰리는 분위기였다.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다"던 사측이 고집을 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한 것이다.
정부 역시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지만 결국은 '개입'이라는 수단을 동원, 급조타결이라는 좋지않은 선례를 남겼다. 권 장관은 "예외적 사건이어서 내가 나섰다"지만 장관이 직접 나서야만 해결되는 제2, 제3의 두산중공업사태가 잇따르지 않을지 우려된다.
문향란 사회부기자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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