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에는 3단계가 있다고 전해진다. 다음은 전화벨이 울리고 난 뒤의 대사다.1단계: 여보세요. 거기 성말구 선생 계십니까. 본인이신가요? 예, 그런데 내가 뭐 때문에 전화를 했더라? 혹시 아시겠습니까?
2단계: 여보세요. 저는 성억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죄송합니다만 거기 전화받는 분이 누구신가요? 제가 누구한테 전화를 했는지 헷갈려서…
3단계: 여보세요. 저 성말구 선생 계신가요. 예, 저요? 저는, 저는, 저는…(소리가 멀어지며) 여보! 내 이름이 뭐였지?
언젠가 들은 농담인데 듣자마자 잊어버렸다가 근래에 생각이 났다. 물론 그 이야기를 누가 해주었는지도(전화니까, 근간에 전화 문제로 시끄러운 무슨 총장?), 누가 함께 있었는지도(역시 무슨 무슨 총장?)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왜 쓰기 시작했는지도 알쏭달쏭해진다. 지금 당장 2단계 건망증의 경지에 든 누가 전화를 걸어 내가 누구인지 물어본다면 나는 누구라고 대답할까. 진정 내가 알고 있던 나라는 나의 나는 누구며 무엇이더뇨. 무슨 총장이나 위원장은 아닌 게 분명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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