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3일 대북 송금 관련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적극 검토, 정국이 팽팽한 긴장 상태로 빠져 들고 있다.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밝힌 마지노선은 특검의 수사 대상에서 송금 이후의 대북 거래 부분을 빼달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특검법을 개정하겠다는 명시적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청와대측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최종 결론은 14일 오후 3시로 예정된 국무회의까지 미룬 채 13일 밤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책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는 한나라당의 성명에 크게 진전된 내용이 없다고 보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가 실제 상황이 될 경우를 대비한 대책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이 독자 수정안을 만들어 여권의 진실 규명 의지를 밝힌 뒤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민주당이 12일 긴급 확대간부회의에서 "변경된 입장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측은 동시에 13일 아침에 열릴 여야 총무 접촉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수정안을 제시하면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거부권이 행사돼도 나빠진 경제 여건 등 때문에 한나라당이 마냥 정치 공세에 매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청와대의 특검법 일부 수정 제안을 거부하는 대신 법 공포 후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성명을 발표, 노 대통령의 특검법 공포를 이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날 오전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회의는 "공포도 안된 법을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오늘 중 재협상이니 수정이니 하는 것은 끝난 얘기"라고 못박았다.
이런 한나라당이 성명을 발표한 것은 협상용의를 비침으로써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주지않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성명의 내용은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성명은 "특검 수사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여야가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특검법 수정협상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청와대측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박 대행 등은 "이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며 이 성명이 마지노선임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14일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 당론을 수렴할 예정이나 당 기류에 비추어 추가 양보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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