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 유력시되던 유상부 포스코 회장이 정기 주총을 하루 앞두고 자진 사퇴한 과정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12일 밤 돌연 사퇴의사를 표명한 그는 13일 주요 임원회의에서 공식 사퇴했다. "새 정부의 압력과 무관하며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사퇴이유이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노무현 대통령이 민영화한 공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을 언급한 이후, 정부기관과 기관 투자가들은 유 회장의 연임에 반대해 왔다. 그 과정에서 개인비리 포착설이 떠돌았고 표대결을 고집하는 유 회장과의 감정대립도 빚어졌다. 유 회장이 포스코를 개인왕국처럼 만들어 가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외국인 주주들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비난은 이 정부 출범 전부터 계속돼 온 일이다. 포스코에 회장직이 필요없다는 '옥상옥'론과 유 회장이 타이거풀스 주식매입 사건으로 법원의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는 점도 교체설의 한 배경이었다.
결국 정부는 지분 참여를 통한 개입이 불가능하자 다각도의 압력과 작용을 통해 유 회장을 물러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한 공기업 구조조정의 본보기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영화한 기업에 대해 새로운 양태의 관치를 시작한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정치적인 이유로 경영진이 수시로 바뀌어 온 포스코는 다시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주지하다시피 포스코는 세계 굴지의 기업이며 국민기업이다. 경영개혁과 경쟁력 강화로 지난해에는 최고의 영업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갑작스런 경영진 교체가 가뜩이나 SK문제로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국제사회에서의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포스코를 지금처럼 회장체제로 운영해갈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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