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투데이 포커스 / 숨죽인 금융시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투데이 포커스 / 숨죽인 금융시장

입력
2003.03.14 00:00
0 0

국내 3대 재벌인 SK그룹이 계열사 SK글로벌의 생존여부에 명운을 걸게 됐다.SK글로벌은 SK(주), SK텔레콤 등과 함께 SK그룹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 계열사이자 사실상 그룹의 모태. 그러나 천문학적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게 되고, 오너인 최태원 SK(주) 회장이 모든 보유 주식을 채권 담보로 제공함에 따라 SK 관계자는 물론 시장까지 SK글로벌의 정상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단은 회생 낙관

일단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측은 SK글로벌의 회생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SK글로벌은 관계사 거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만 진정되면 단기 유동성에는 별 문제가 없다"며 "금융기관이 리볼빙(채무유예)을 해주면 회생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강조했다.

즉 SK글로벌이 운영하는 SK주유소는 SK(주)(원유 수입 가공 판매)와, 휴대폰 대리점을 관리하는 통신유통본부는 SK텔레콤(휴대폰 제조 판매)과 각각 활발한 관계사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수출에 주력하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유동성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SK글로벌 관계자도 "SK글로벌 3대 사업부문 중 외형상 무역본부(옛 (주)선경)가 높지만, 이익규모는 내수 위주인 통신유통본부(옛 SK유통)가 훨씬 많다"며 "지난해 통신유통본부 매출만 2조원에 달했을 정도로 SK글로벌의 체력은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부채상환 능력 의문

그러나 문제는 SK글로벌의 재무상황과 시장의 부정적 시각이 심각하다는 점. 우선 부채 규모에 비해 상환능력이 떨어진다. SK글로벌의 부채는 국내 은행 5조원, 제2금융권 2조4,000억원, 외국계 은행 8,000억원 등 8조2,000억원. 이에 비해 SK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예금 1조5,000억원 SK주유소 1조1,000억원 SK텔레콤 주식 430만주 등 1조2,000억원 등 모두 3조8,000억원이다.

최 회장이 담보로 내놓은 주식의 자산가치 역시 미미하다. SK그룹은 상장 비상장 주식을 합쳐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채권단은 그보다 훨씬 적은 3,0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채권단의 정밀실사가 진행되면 지금까지 숨어있던 SK글로벌의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8,000억원 정도의 채권을 보유한 해외채권단의 움직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국내 채권단이 채권을 동결하더라도 해외채권단이 자금을 회수해가면 공동관리는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장 신뢰 회복이 열쇠

SK글로벌 분식회계에 따른 시장 충격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경영정상화의 중요한 관건이다. 한국신용정보는 13일 SK글로벌의 선순위 장기신용등급과 단기신용등급을 각각 A와 A2에서 CCC와 C로 하향 조정하는 등 회사채 신용등급을 무려 12단계 깎아 내렸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외국 금융기관으로부터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로까지 이르는 것 아니냐'는 전화가 몰려오고 있다"며 "이러한 불안감의 고리를 끊지 않을 경우 일시적 유동성 지원은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과거라면 그룹 차원에서 다른 계열사들이 증자 등을 통해 SK글로벌을 지원할 수 있지만, 이제는 상호출자 규제등에 막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SK글로벌은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개선 상황을 시장에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인 셈이다. 채권단도 채무 유예 조치와 함께 은행 공동관리를 통해 SK글로벌과 회사 대주주들에게 자산매각, 증자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하면서 추가 자금지원 등으로 경영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