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 등과의 회동에서는 당연히 오가야 할 얘기들이 거론됐다. 예상대로 구체적 결론은 없었다. 하지만 소수 집권당 출신의 대통령과 원내 절대과반을 확보한 거대 야당이 머리를 맞댄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회동 장소와 참석범위 등의 형식적 문제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지도력 부재가 드러나긴 했지만, 이 같은 회동은 앞으로도 자주 있어야 할 것이다.초미의 관심사인 대북송금 특검제법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그었다. 회동 말미에 가서야 이 문제가 거론됐다는 사실이 사안을 대하는 양측의 조심스러움을 말해 준다.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을 그대로 공포해 달라고 했고, 노 대통령은 자금조성 문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까이 모셨던 사람을 포함해 가감없이 철저히 조사해야겠지만 대북관계와 외교적 신뢰를 고려해 송금부분은 여야가 합의해 신축성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 시한인 14일 전에 여야가 다시 한번 조율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단독처리를 강행했지만 민주당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법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법을 그대로 공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수정안을 먼저 마련한 뒤 이를 토대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저울질하자는 것이다. 여야가 사전 절충을 이뤄낼지, 아니면 노 대통령이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지 지켜볼 일이다.
회동에서 참석자들이 나라가 처한 안팎의 어려움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는 점은 평가받을 대목이다. 박 대행은 대북문제 등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면서 4월 국회에 대통령이 직접 국정방향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고, 노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자주 만나 생산적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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