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귀대는 하지만 지하철 참사가 수습될 때까지 유가족들을 돕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12일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및 실종자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대구시민회관.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73사단 의무대 이희국(23·성균관대 불문학 2년 휴학·사진) 상병이 귀대를 하루 앞두고 마지막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4일부터 10일간의 정기휴가를 받은 이 상병은 경북 경산의 고향집에 도착한 다음날인 6일 대구에 올라와 대책본부를 찾았다.
지난달 18일 대구지하철 참사 소식을 접한 후 자원봉사를 결심한 그는 동료들로부터 혈압계 측정법과 수액 공급법 등을 익히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6일 의료지원반에 배치 받은 이 상병은 유가족들의 혈압을 재고 약품을 나눠주는 일을 했으나 찾는 이들이 많지 않자 곧 다른 일을 찾아 나섰다. "엄청난 참사로 고통을 받고 있는 유가족들을 위해 젖먹던 힘까지 쏟고 싶었다"는 그는 다음날부터 청소와 배식, 위문품 나르기 등 닥치는 대로 일과 부딪쳤다.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시민회관 바닥에 누워있는 할머니의 등도 주물러주면서 유가족들과 부대끼다 보면 어느새 온몸은 파김치가 되지만 이제 그를 모르는 유가족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조용히 귀대하려 했는데 유가족들이 자꾸 캐묻는 바람에 군인인 것이 알려졌다"는 이 상병은 "유가족들의 고통을 잠시나마 함께 나눈 이번 휴가는 내 생애 최고의 휴가"라며 활짝 웃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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