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 촬영 현장에서 날아온 소식 하나.“현장에는 감독이 두 명이 있더라. 감독 대신 ‘OK’나 ‘NG’ 사인을 내고 동료 배우 연기 지도하는 과도한 책임에 시달리는 배우 겸 감독.
그리고 ‘그래, 그만 찍겠다는 말만 하지 말아 다오’라는 표정으로 자리만 지키고 있는 감독. 심히 민망하더라.”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한 감독은 뒤늦게 영화 촬영 중의 마음 고생을 털어 놓았다. 그것도 모자라 조연 배우까지도 “TV에서는 내가 이렇게 초라하게 나온 적 없다”고 항의하기 일쑤여서 속이 탔다는 얘기였다.
쓰러지기 직전의 제작자를 기사회생 시키는 것, “시나리오가 글쎄….”라며 배짱을 부리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돌려 놓는 것, 그런 것이스타 파워다.
물론 현장에서 감독 대신 NG를 외칠 수 있는 것, “쟤는 맘에 안 들어”라는 말로 조연 배우 하나쯤은 날려버릴 수 있는 것, 그 또한 스타 파워다.
그러나 스타 파워도 실은 제작자_감독_배우의 고리에서나 존재하는 건 아닐까.
“우리나라에 엄밀한 의미의 스타 파워를 가진 배우는 없다.” 한 상영관의 프로그래머는 스타 이름만 들어도 관객이 몰리는 제대로 된 스타 파워를 가진 배우가 없는 것 같다고 단언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굳세어라 금순아’‘복수는 나의 것’ ‘서프라이즈’ ‘챔피언’ ‘이중간첩’은 스타가 출연, 개봉 전에는 화제가 만발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타보다는 어떤 이야기냐에 따라 움직이는 게 우리 관객이다. 검증되지않은 스타 파워에 대한 집착은 무리한 캐스팅을 부르고 결국은 영화도, 배우도 망가뜨린다.
시나리오를 가져온 제작자에게 “제 역할은 뭔가요?”라고 물었더니 “아무거나 고르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배우. “그런 영화는 하기 싫다”고 자르지만 매니저가 강권하면 어쩔 수 없다.
몇 억원씩을 받고 ‘밥값’을 못하는 배우가 문제인가, 몇 억원씩 퍼주고도 본전을 못 뽑는 제작자가 문제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소의 노력으로 최고의 대접을 받는 게 잘 사는 것이라면 배우보다는 제작자의 결함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무책임하고 주제 넘은 배우들이 계속 잘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몇 번 실패하다 보면 어느새 관객은 멀리 달아나 버린다.
대중을 피하던 배우가 오히려 초조해져서 관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상황은언제든 빚어질 수 있다. “제가 거기로 가겠어요. 더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나가 있어!”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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