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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SK글로벌 채권환매 영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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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SK글로벌 채권환매 영향 전망

입력
200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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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쇼크'가 불거진 11·12일 이틀간 국내 투자신탁회사에는 투자자들의 문의와 펀드 환매(還買:펀드해약 후 자금 인출) 요구가 빗발쳤다. 이미 대우·현대 사태로 돈을 날린 경험이 있는 고객들이 앞 다퉈 투자금 회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대우 사태 초기 투자자들이 무관심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SK파문 때는 너무나 빨리 몰려 놀랐다"고 강조했다. 외환 위기를 겪고 대마불사 신화가 깨진 후 달라진 시장 모습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SK글로벌 분식 파장은 대우 · 현대 유동성 위기 때와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임박과 북한 핵 문제 등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시기에 터져 충격이 크지만, 부실 규모와 그룹 지배구조, 금융 시스템 및 자본시장 여건,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시장 대응 방향 등 많은 면에서 다르다는 분석이다.

부실 확산 차단막 견고

SK사태의 경우 부실 확산의 차단막이 대우 때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탄탄하다. 동원증권 조홍래 부사장은 "환란이후 재벌 개혁으로 계열분리가 이뤄지고 계열사간 내부거래와 상호출자 지급보증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SK사태의 파장이 그룹 및 SK(South Korea) 국가 리스크로 전염될 가능성은 과거보다 낮다"고 말했다.

대우의 경우 12계 계열사가 서로 출자·지급보증 관계로 얽히고 설켜 동반 부실로 이어졌다. 반면 SK그룹은 주력 4개사 중 SK(주)와 SKC만 SK글로벌에 출자하고 있을 뿐, SK글로벌에 대한 빚 보증은 전혀 없는 상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알짜 기업인 SK텔레콤 등은 사실상 독립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는데다, 수익성도 탄탄해 이번 분식 쇼크가 SK글로벌외에 다른 계열사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시장 경색 없을 듯

대우사태 때는 8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부실 때문에 대우채 편입 펀드의 대규모 환매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급증으로 시장이 사실상 마비됐었다. 정부는 당시 부실채권 누적으로 '중병'에 걸렸던 채권금융기관에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 꽉 막힌 자금시장의 혈로를 뚫었다. 현대사태 때도 건설·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산업은행이 회사채 신속 인수라는 초강력 응급 처방으로 계열사들의 유동성위기를 해소하고, 동맥경화에 걸렸던 시장도 겨우 진정시켰다.

그러나 SK글로벌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SK글로벌의 부채 5조8,000억원 중 투신권 환매 요구 등 자금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은 기업어음(CP) 6,900억원과 회사채 1조6,000억원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SK채권 등의 금융자산 가치 하락과 펀드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대우·현대사태 당시와 같은 급격한 자금시장 경색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신권이 대우·현대 사태를 처리하면서 채권가격 시가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시장 위험에 대한 준비를 강화한데다, 환매압력이 가장 높은 초단기금융상품(MMF)의 평균 채권 편입 비중도 현대 사태 때 50%대와는 달리 27.6%로 낮아졌다. SK글로벌이 발행한 채권 가운데 투신권 펀드나 MMF에 편입된 액수는 약 1조원으로 투신권 전체 펀드(180조원)의 0.6% 수준이다.

투신업계는 SK글로벌 회사채나 기업 어음이 편입된 펀드의 환매에 대응해 동일한 채권 가격 산정이 이뤄질 때까지 환매시기를 2∼3주 가량 연기했다. 대우 때처럼 채권 금액의 50%(1개월내 환매 때)∼95%(6개월 후 환매 때)밖에 보장해주지 못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펀드 중 SK글로벌에 투자하지 않은 금액 만큼은 고객이 원할 경우 환매해주고 있다.

투신사 관계자는 "무보증 채권 규모가 18조원을 넘었던 대우 사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환매는 펀드에 편입된 해당 자산을 처분해 지급하는 것으로 편입채권의 기준가격이 나오지 않거나 처분되지 않아 환매를 연기하는 것일 뿐 고객 입장에서 손실이 불가피하더라도 평가 가격이 정해지면 환매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 충당금 부담 늘 듯

전문가들은 SK에 자금을 지원한 은행권 손실은 불가피하고 은행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충당금 적립 부담은 6,580억∼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최태원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확보한 데다, SK에 강력한 자구계획을 요구하고 있어 채권 회수 가능성이 높다. 도이치증권은 "SK글로벌의 채무상환 능력과 은행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으며 은행권의 실적과 장부가치에 미칠 영향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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