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3, 14일께 대 이라크 2차 결의안의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표결을 강행하되 당초 이달 17일인 이라크 무장 해제 최종 기한을 7∼10일 정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그러나 프랑스와 러시아가 사실상 자동적인 이라크에 대한 무력 사용을 승인하는 미·영의 최후 통첩식 2차 결의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데다 미국이 아직 결의안 통과에 필요한 안보리 9개 이사국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지 못한 상태여서 표결을 둘러싼 각국의 외교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 뉴욕 타임스는 11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 "미국은 최후 통첩기간을 내심 3∼7일 정도 연장하는 데 그치고 싶지만 다른 이사국들과의 협상을 감안해 7∼10일을 연장하는 방안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안보리 표결은 이번 주말까지 진행돼야 한다"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표결 결과와 프랑스 등의 거부권 행사여부에 관계없이 결론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부시 대통령이 최종시한인 17일을 준수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영국도 이라크 무장해제 최종기한을 17일에서 27일로 열흘간 연장하고 이 때까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와 금지된 무기를 폐기하는 한편 이라크 밖에서의 이라크 과학자 인터뷰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마련, 이사국들과 협의 중이다.
하지만 프랑수아 리바소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최후 통첩을 원하지 않는다"며 기존의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러시아는 "미국과 영국의 수정안은 새로운 발전"이라며 향후 타협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러한 가운데 미 CNN 방송은 미 관리들이 득표 실패를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표결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파키스탄이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결의안에 대한 가부 의사가 불확실한 6개 비상임 이사국들은 미국 지지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들 6개국은 영국의 수정안이 나오기 앞서 사찰기간을 45일 정도 더 연장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2차 결의안 수정을 추진중인 미국과 영국 사이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라크전에서 영국의 역할이 확실치 않다"면서 "미국은 영국 없이도 이라크와 전쟁을 치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해 영국 참전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영국은 "우리는 아직 전쟁 단계에 와있지 않다"고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고, 럼스펠드 장관은 "영국에게 2차 결의안의 통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일 뿐"이라고 물러섰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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