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가족곁을 떠났지만 더 많은 노동자들 속으로 다가섰다고 생각합니다…."1월 9일 두산중공업 노조원 배달호(50)씨 분신 사망으로 촉발된 노사갈등이 63일만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 현장을 떠나지 못한 남편의 시신을 홀로 지켜 온 배씨의 부인 황길영(42)씨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출근길에 나선 남편이 사망했다는, 그것도 분신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고 사실이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황씨는 회사로 달려와 남편의 시신을 확인하는 순간 두 딸을 두고 떠난 남편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눈앞이 캄캄했으나 남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겠다는 일념으로 버텨왔다"는 황씨는 "회사측의 부당한 노동 탄압 증거가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남편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고 지금은 의로운 죽음을 택한 남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 노조 사무실 1층의 5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두 달 이상 남편의 빈소를 홀로 지켜 온 황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 못지않게 장례를 둘러싼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이 참기 힘들었지만 이젠 제가 다 안고 가야지요"라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애써 감췄다. 이날 노사 합의 소식을 전해들은 황씨의 시동생도 "형님의 뜻을 따르지 못해 죄송스럽다"면서 "늦게나마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씨의 장례식은 14일 두산중공업에서 '노동열사 고 배달호동지 전국노동자장'으로 치러진다. 배씨의 시신은 분신 현장에서 2m 떨어진 곳에 검은 장막의 냉동탑차에 안치돼 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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