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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후정책 밑그림과 문제점/"포스트후세인, 이라크戰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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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후정책 밑그림과 문제점/"포스트후세인, 이라크戰보다 어렵다"

입력
200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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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이라크 전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프로 레슬러(미국)와 어린아이(이라크)의 싸움에서 군사적 승패는 이미 결정돼 있다. 미국의 진정한 전쟁은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에 시작된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미국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영국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14일자)는 이라크의 재건을 다룬 특집기사에서 미국의 전후 정책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미국의 궁극적인 전쟁 목적이 후세인 축출을 훨씬 뛰어넘는 이라크의 체제변화와 중동질서 재편에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존 루이스 개디스 예일대 정치학 교수는 중동질서 재편에 대한 미국의 구상을 도미노 이론으로 설명했다. 이라크에 친 서방 민주정권을 수립할 경우 인접국에 연쇄적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노리는 도미노 효과의 대상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파키스탄이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동질서 재편을 위한 미국의 구상이 의도대로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포스트 후세인 체제 수립과정 자체부터 난제가 산적해 있고, 이 과정이 차질을 빚기 시작하면 중동질서가 오히려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체제변화 전승보다 어려워

도미노론이 성립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후세인 축출 뒤 이라크 체제를 미국 입맛에 맞도록 바꾸는 것이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보고서는 탈냉전 후 무력개입과 체제변화 시도가 제대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미군이 개입했던 아이티 파나마 코소보 등은 표면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민주화는 요원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군벌의 할거로 미국이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는 비판이 있다.

이라크에서의 전망은 더 어둡다. 미군을 침략군으로 보는 이라크 주민의 적대감, 지분을 요구하는 다양한 쿠르드족 세력은 미국의 새로운 정부체제 수립을 방해할 것이다. 씨족과 파벌로 분산돼 있는 이라크에 민주체제를 이식하고 군대(40만 명)와 경찰(8만)을 해체, 재구성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11일 후세인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공화국수비대를 제외한 기존의 이라크 군을 전후체제 수립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군을 미 군정 당국의 하부조직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은 그러나 이라크의 뿌리깊은 반미정서와 파벌주의의 벽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는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후세인 축출이 이라크의 사회·정치적 역학구조까지 변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히려 이라크가 혼돈에 빠져 폭력과 불안정, 대량살상무기를 주변으로 확산하는 근원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체제이행 비용은 있나

이라크 전후 복구와 민주체제 수립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지난 걸프전 때 미국은 우방들로부터 540억 달러의 전비를 지원 받았지만 전세계적 반전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번에는 그만큼 기대하기 어렵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전후 이라크에 10만 명을 주둔시킬 경우 한 해 2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밖에 기본적 인프라 복구비 250억 달러를 비롯한 각종 복구비용과 주민들에 대한 최소 구호비용 25억 달러 등을 합하면 적게 잡아도 1,000억 달러가 필요하다.

럼스펠드 장관은 해외의 이라크 동결자산 수 십 억 달러와 석유판매 대금 등으로 전후 복구자금을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에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이 자체에도 문제는 있다. 이라크 석유 매장량이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지만 당장은 자금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군정에 대한 이라크 주민의 반감과 자금부족은 결국 이라크의 재건과 체제이행이 고통스럽고 장기적인 시간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한다. 그럴수록 미국의 부담은 커지게 마련이다. RIIA는 이라크의 전후 안정화에는 최소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주변 아랍국 좌시할까

전쟁과 뒤이은 복구작업 지체는 이란 요르단 쿠웨이트 사우디 등 인접국을 향한 대량 난민물결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난민들은 분파적 저항집단으로 결집돼 주변국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주변국들의 억압적 사회구조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민주주의 확산을 통한 중동질서 재편이 미국의 의도라고 의심하는 주변국들은 미국의 이라크 재건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CSIS의 존 알터만 중동 프로그램 국장은 "주변국들은 전후 이라크가 취약하고 분열된 상태로 남아있기를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평화구축은 전승보다 훨씬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전후처리 사업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울 경우 중동질서 재편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RIIA가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도 불구하고 중동 역학구도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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