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대통령브라질 최초의 좌파 출신 대통령인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사진)가 취임 이후 첫 도전에 직면했다. 빈곤퇴치를 위한 사회주의적 개혁과 국제자본 유치를 의식한 시장우호적 정책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해온 그에게 강력한 지지세력이었던 농민들이 반기를 들고 나온 것.
혁명적인 토지개혁을 요구하며 1985년부터 토지 및 공공건물에 대한 무단점거 시위를 주도해온 농민단체인 '토지 없는 농업노동자 운동'(MST)은 최근 "룰라 신정부에 근본적인 토지개혁을 기대했으나 그가 이를 저버렸다"고 주장하며 토지점거 시위를 재개했다.
좌파인 룰라 대통령과 전통적으로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MST는 지난달 대통령 취임식을 기해 시위 일시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신정부는 "MST가 시위중단을 약속한 만큼 20만㏊의 미경작 토지를 수용해 소작농들에게 분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MST는 토지 분배 규모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며 반발했었다. 결국 MST 소속 농업 노동자들은 "룰라 정부와 맺었던 점거시위 중단 약속이 시효를 다했다"고 선언하며 지난달 말부터 브라질의 5개 주에서 공공 및 사유 재산 점거 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MST 지도부는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다음달부터 점거대상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강력한 원군이었던 MST의 반발은 룰라 대통령에게 커다란 타격이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타개책도 없어 애를 태우게 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우파 야당으로부터도 "무리한 금리인상 등으로 경제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보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라"는 정반대 방향의 압력을 받고 있는 등 안팎 곱사등이 되고 있는 신세이다. 취임 직후부터 '굶주림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본격적인 개혁작업을 다짐했던 그로서도 재원 부족에다 재정운용에 제한을 받는 상황이라 별다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약 2,500억 달러의 외채 부담과 함께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차관을 받기 위해 재정 운영에서 IMF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김철훈기자
■ICC 초대 재판장 커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1일 출범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초대 재판장에 캐나다 출신의 외교관이자 법률가인 필립 커쉬 재판관(사진)이 선출됐다.
ICC의 산파역을 맡아 온 커쉬 재판관은 이날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재판관들(18명)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만장일치로 재판장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부재판장에는 코스타리카 출신의 엘리자베스 오디오 베니토 재판관과 가나 출신의 아쿠아 쿠엔예히야 재판관 등 2명이 선출됐다.
커쉬 초대 ICC 재판장은 ICC의 창설을 규정한 로마조약(1998년)의 위원장으로서, 또한 ICC 창설 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ICC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1972년부터 캐나다 외교부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그는 외교관으로서, 또한 국제 법률가로서 화려한 길을 걸어왔다. 그는 스웨덴 대사, 외교부 법률담당 차관보, 국재재판소 캐나다 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특히 국제법 관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국제법 전문가이다. 그는 오랫동안 환경과 국제범죄 등과 관련된 유엔 산하 국제법 단체의 리더로서 활약해 왔으며, 최근에는 핵무기 테러의 방지를 위한 임시 위원회(98년) 위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법을 통한 국제사회의 안정을 추구해왔던 그는 ICC의 출범에 고무돼 있다. "오랜 꿈이 실현된 느낌"이라고 감회를 밝힌 그는 "(ICC의 출범으로 인해) 반인륜적 범죄자의 처벌이 가능해지고, 그 같은 범죄를 제어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제적인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송상현(宋相現) 서울대 법대교수가 아시아지역 대표 재판관으로 선출돼 특히 관심을 모았던 ICC는 세계 최초의 상설 전범재판소라는 점에서 그 출범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ICC가 발족함에 따라 앞으로 집단살해와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자는 다리를 뻗고 자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ICC는 지난해 7월 이후 발생한 범죄들을 재판할 수 있는데, 조약 비준국들이 이런한 범죄에 대한 법적인 정의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재판할 수 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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