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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 문닫으라는 겁니까" 반월공단, 외국인근로자 출국 앞두고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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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 문닫으라는 겁니까" 반월공단, 외국인근로자 출국 앞두고 한숨만…

입력
200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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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들이 모두 빠져나가면 문닫을 업체가 절반은 될 겁니다."11일 경기 안산시 성곡동 반월공단내 염색공장 단지. 중소업체 J실크 김모(45) 사장은 작업장 구석에 널브러진 직물을 쳐다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방글라데시 근로자 3명이 올 초 귀국한 뒤 현재까지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공장가동률이 50%를 밑돌고 있는데다 마지막 남은 인도네시아 근로자 한 명마저 떠나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 김 사장은 "6개월 전만해도 외국인만 15명이 근무했고 월 순수입도 1,000만원이 넘었는데 이젠 집사람과 휴학중인 아들까지 불러 달랑 4명이 인건비만 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외국인 근로자 은신처 제공, 봉급도 올려줘

이 달 말로 예정된 3년 이상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강제출국을 앞두고 중소 기업들이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미 출국했거나 강제 출국을 피하기 위해 잠적했기 때문. 잔류를 결심한 외국인마저 집중 단속 표적인 3D 중소업체의 취업을 꺼리고 있어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반월·시화공단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까지 '국경없는 마을' 등 안산 지역에 거주한 외국인 노동자는 3만명이 넘었고, 이중 25%가량인 7,500여명이 반월·시화공단내 2,000여 제조업체에 종사했다. 그러나 업체 관계자들은 "현재 반월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1,000여명을 간신히 넘기고 그나마 갓 입국한 산업연수생이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러다 보니 업체들은 몇 명 남아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잡아두기 위해 은신처를 제공하는가 하면 월급까지 대폭 올려주고 있어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업체인 P사 이모(44) 공장장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낮에 쉬고 밤에 일하거나 일시적으로 임금을 올려주는 공장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인도네시아 직원 6명을 고용하고 있는 Y실업 임모(49) 사장은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은 하루 8시간 근무에 월120만원을 받는데 각종 세금을 떼는 한국인 근로자보다 실수령액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사에 일하던 외국인 3명은 지난주 '5만원을 더 주겠다고 제의한 업체가 있다'며 회사를 떠났다.

고의로 임금 체불

외국인 근로자를 잡아두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한두 달치 임금을 밀려서 주는 경우도 많다. S금속 장모(51) 사장은 "다른 사람이 욕을 할지 모르겠지만 외국인들이 언제 그만둘지 몰라 마지못해 두 달치 월급을 밀려주고 있다"며 "중소기업 인력난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사업주를 범법자로 몰고 있다"고 분노했다. 사업주와 외국인 근로자 관련 단체들은 2·4분기에 접어드는 다음달부터 조업중단 등 본격적인 위기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소장은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문제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3D 업체에 '검은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포함해 중소기업의 종합적인 인력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산=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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