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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 헨리는 혼자서 오두막을 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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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 헨리는 혼자서 오두막을 지어요

입력
200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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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B. 존스 글·그림, 김서정 옮김 달리 발행·각 8,500원

어느 여름날, 헨리와 친구는 시골 구경을 하러 피치버그에 가기로 한다. 헨리는 걸어가고, 친구는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한다. 친구가 기차표 살 돈을 모으느라 열심히 일을 하는 동안 헨리는 꽃과 새들을 벗삼아 강을 건너고 들판을 지난다. 결국 친구가 조금 먼저 도착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일 하느라 지친 몸으로 붐비는 기차에 올라 헐레벌떡 달려온 친구와, 느긋하게 산책하면서 피치버그까지 온 헨리 중 누가 더 즐거운 여행을 한 것일까.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는 미국의 사상가 겸 문학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가 자신의 숲 속 생활을 기록한 책 '월든'의 일화를 어린이들에 맞게 짧은 글과 예쁜 그림으로 엮은 그림책이다. 돈 버는 데 쓰는 시간을 조금 줄이면 인생을 훨씬 더 값지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소로는 이 책에서 검은 곰 헨리로 등장한다.

소로는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강변의 월든 숲에서 손수 오두막집을 짓고 살면서 자연 속의 소박한 삶을 실천했다.

침대와 책상, 식탁과 의자 세 개만 겨우 들어가는 작은 오두막이었지만, 집 뒷밭에서 콩을 따먹고, 햇볕 아래 책을 읽고, 오솔길을 걸어 숲과 오두막을 오가는 생활은 단순하지만 행복했다. 이 오두막집 이야기는 또 다른 그림책 '헨리는 혼자서 오두막을 지어요'로 나란히 나왔다. 친구들은 집이 너무 좁고 어둡다고 했지만, 그림책 속 헨리의 편안한 표정은 흐뭇하기만 하다.

소로의 '월든'은 고전이다. 이를 어린 독자들이 읽기 좋게 멋진 그림책으로 만든 작가의 솜씨가 훌륭하다. 뉴욕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미국 언론이 2000년 최우수 그림책으로 꼽았다. 걷기보다는 자동차가, 야외보다는 집 안이 더 익숙한 도시 어린이들에게 이 두 권의 책은 두 발로 걸으면서 몸소 느끼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쁨을 자연스럽게 일깨워 준다. 거기서 느긋함과 평화를 얻는 것은 비단 어린 독자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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