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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正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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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正戰

입력
200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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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正戰·Just War)이론은 전쟁의 발생과 수행을 어떻게 정당화 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도덕적 고민의 산물이다. 전쟁을 할 권리는 어디서 나오며, 그 정당성은 어떻게 보장되는가, 그리고 도덕적으로 정당하려면 전쟁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에 관한 수백 년간의 사고와 연구를 집적한 이론이다. 전쟁을 기독교 성서의 가르침에서 바라본 4∼5세기 성 오거스틴을 기원으로 삼지만 이를 처음으로 체계화한 사람은 1200년대 토머스 아퀴나스로 일컬어진다.■ 전쟁이 정전, 즉 정당한 전쟁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침략에 대한 자위와 같은 정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합법적 권위체(국가)에 의해 개시돼야 하며, 그 의도는 올바른 것이어야 한다. 또 희생을 최소화 하며 성공할 수 있다는 합리적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전쟁수단은 목적에 합치해야 한다. 여기에 전쟁은 모든 비폭력적 방법을 사용한 후 마지막 수단이어야 하고 궁극적 목적은 평화라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이 이론의 발전, 역사의 경험과 함께 보태졌다. 당연한 말들인 것 같지만 합법적 살상과 폭력으로 상대를 굴복시켜 온 전쟁의 역사를 윤리적 도덕적 신학적으로 설명·적용하기 위한 원칙들이다. 제네바 협약, 헤이그 협약 같은 전쟁협약들이 이 내용을 담고있다.

■ 그러나 이 원칙들에 담긴 기초 개념의 정의부터가 얼마든지 가변적이어서 온전히 객관적으로 정전을 판정하기란 항상 논란이다. 현대에 들어 정전이론을 가장 휘청거리게 만든 것은 핵무기의 등장으로 꼽힌다. 살상을 넘어 인명의 '말살'을 가져오는 전쟁수단이 나타남으로써 전쟁목적의 도덕적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렵게 돼 버렸다. 또 미국이 수행한 베트남전도 정전의 원칙들을 혼란에 빠트린 것으로 지적된다. 같은 논란은 바로 코앞에도 있다. 미국이 벌이려는 이라크전이 바로 그것이다.

■ 대 테러전의 일환이라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잠재위협에 대한 선제공격이기 때문에 침략에 맞선 자위를 위한 전쟁이라는 정전원칙에 어긋난다. 또 정권전복을 의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목적과 수단이 합치하지 않는 다는 지적도 일으킨다. 현대의 전쟁경향은 정전의 정의에도 변화를 가져오면서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에도 여러 군데 전선이 생기고 있다. '오보와의 전쟁'까지도 선포한 노 대통령의 행군도 논란과 화제가 계속될 것 같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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