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 윤모(38)씨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보름간 '원정과외'를 하고 돌아왔다. 국내 대학에 특례입학하려는 현지 주재원의 고교생 자녀 두 명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번 돈은 대략 600여만원. '더 머물러 달라'는 학부모들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고 돌아온 윤씨는 "현지 한국인의 과외 수요가 생각보다 엄청나다"고 말했다.온 가족이 3년전 중국으로 간 한모(17)양은 친구 세 명과 함께 한국 과외교사를 집에 한 달간 머물게 하면서 국어과외를 받았다.
한 사람 당 지불한 돈은 150만∼200만원. 한양의 어머니는 "이곳에도 학원이 있지만 한국 입시제도를 잘 아는 과외교사가 훨씬 효율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올해 초 네덜란드로 떠난 김모(16)양도 아예 한국에 있을 때 과외교사를 구해놓고 나갔다. 독일, 인도에서도 한국인 유학생에게 과외를 받았고 중국에서는 현지인에게 영어로 수학을 배웠지만 탐탁치 않아서였다. 방학 때 일시 귀국, 전문강사에게 두 달간 수학을 배운 김양은 "한국 명문대에 들어가려면 돈이 좀 들더라도 한국에서 선생님을 불러야 한다"며 어머니를 졸랐다.
국내 대학에 특례입학하려는 해외 한국인학생 대상 원정과외가 성업중이다. 대상은 주로 주재원이나 상사, 현지 사업가의 자녀로, 최근 이들이 미국 등 현지 명문대 대신 국내 대학에 특례로 입학하려는 'U턴현상'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종종 문의를 받는다는 강남의 한 알선업체에서는 "한국에 '해외 명문대 출신'이 많아져 희소가치가 떨어진 데다 한국의 국제적 입지도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요 증가에 비해 특례입학의 문은 한층 좁아졌다. 지난해부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의 특례입학 정원이 260∼270명 선에서 100여명 가까이 줄어들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강남의 한 특례전문학원 관계자는 "국내 대학이 국영수 시험만 고집해 학생들이 현지 문화와 언어는 도외시하고 한국 입시에만 몰두, 과외열풍과 외화낭비가 심하다"고 말했다.
교민 및 주재원 자녀 2만5,000명이 연간 현지에서 쓰는 학비는 국제학교(1인당 1만5,000달러) 기준 약 6억달러(약 7,000억원). 이 관계자는 "이 돈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대입자격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은경기자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