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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美 "틀어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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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美 "틀어진 관계"

입력
200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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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유엔은 각각 제 갈 길을 갈 것인가. 이라크에 대한 무력 사용을 승인하는 유엔 2차 결의안(수정안) 통과가 어려운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유엔의 결의안 통과와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이라크 공격을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유엔과 미국이 틀어진다면 유엔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경제·군사적으로 최강대국인 데다 유엔 운영 전체 예산의 20%이상을 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이 미국의 이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자 미국 행정부에서는 '대안적 국제기구' 설치론까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또 미국이 아프리카의 카메룬 앙골라 기니 등에 고개를 숙이고 결의안 지지를 부탁하고 다니는 상황이 되자 부시 행정부 매파들은 울분을 터뜨리며 '유엔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유엔 안보리가 이라크를 상대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다른 국제 기구가 사담 후세인(이라크 대통령)을 무장 해제 시킬 것"이라며 다른 국제기구 모색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안보리가 무력 사용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이는 스스로를 '부적절한 것(irrelevant)'으로 만들 수 있다"며 유엔 무력화에 나설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유엔 안보리 15개 국가들의 입장을 분석해보면 미국 영국 등이 추진하는 2차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프랑스가 거부권 행사 의지를 밝힌 데 이어 파키스탄 등 상당수 부동층 비상임 이사국들이 기권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유엔과는 무관하게 이라크 침공에 나서겠다는 유혹에 빠질 개연성이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안보리의 지지 없는 이라크 전쟁은 적법성에 문제가 있으며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경고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유엔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게 외신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로이터 통신은 11일 "미국은 이라크 전후의 복구와 평화 유지 비용을 혼자 부담하기가 어려운 데다 앞으로 북한 핵 문제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유엔과 갈라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여론이 아직은 유엔에 대해 그리 부정적인 게 아닌 것도 부시의 선택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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