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성굉모 교수가 쓰는 '음악 속의 공학'을 오늘부터 격주로 연재합니다. 국내 음향학계의 권위자인 성 교수는 공연장과 악기 등 좋은 음악을 위한 하드웨어를 쉬운 글로 소개합니다.
좋은 콘서트 홀을 만들기 위해서는 잔향이 적절하게 울리도록 설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잔향이란 실내에서 소리가 울린 후 여운처럼 소리가 남아 점점 약해지다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벽을 지나치게 소리를 흡수하는 재료로 만들면 잔향은 적어지고, 그렇다고 제대로 소리를 흡수하지 못하는 재료로 만들면 잔향이 넘치게 된다.
큰 방은 작은 방에 비해 잔향이 많다. 강당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카페트가 깔린 방에서 울리는 목소리의 차이를 생각하면 쉽다. 잔향의 많고 적음은 잔향 시간으로 표시하는데, 적절한 잔향 시간은 대략 콘서트 홀이 2초, 오페라하우스가 1.5초, 강연장 1초, 파이프오르간 연주회장은 2초 이상이다. 강연장의 잔향 시간을 길게 설계하면 소리가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고, 파이프오르간의 잔향 시간이 짧으면 풍성해야 할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메마른 소리로 변하게 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초기에 측면으로 반사되는 음이다. 무대에서 나오는 소리는 청중에게 직접 전달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벽이나 천장의 어느 부분에 반사되었다가 청중에게 전달된다. 직접음이 도달한 이후 짧은 시간에 청중의 양 옆의 벽에서 반사된 음이 풍부하게 도달해야 좋은 소리가 된다.
풍부한 초기 측면 반사음은 소리를 아름답게 들리게 하며, 유쾌한 공간 청각을 준다. 반사음의 실체는 콘서트홀 천장에 붙어있는 음향판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소리를 잘 반사되는 대리석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이런 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콘서트홀은 구두통 같은 장방형(사각형) 구조다. 19세기까지 콘서트홀은 주로 이런 기본 구조를 가졌다. 오늘날의 부채꼴 형태로 건설된 콘서트 홀은 경제적 측면에서 많은 청중을 수용하고 이들에게 충분한 시야를 주기 위한 고려에서 만들어졌다. 이 경우 양쪽 벽의 반사음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별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잘못 설계된 콘서트홀은 무대 바로 앞 자리에 측면 반사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해 제일 비싼 자리인 로열석에서 오히려 빈약하고 공허한 소리를 듣게 된다. 콘서트홀의 '소리 로열석'이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 굉 모 교수 서울대 공대 음향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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