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대행 간의 회담이 진통 끝에 12일 청와대 오찬회동으로 최종 확정됐다. 양측이 당초 합의했던 11일 오후 한나라당사에서의 회담은 한나라당측 내부 혼선으로 무산됐다.한나라당은 이번 회담을 추진하면서 당론 결정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퇴장 이후 당의 구심력 공백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회담은 지난 7일 민주당 김원기(金元基) 고문이 박 대행을 접촉하면서 절충이 시작됐다. 이후 회담은 청와대 오찬회담, 대통령이 한나라당사를 방문하는 회담, 회담 연기 등으로 오락가락하다 결국 박 대행이 청와대를 찾아가 오찬을 갖는 형식으로 되돌아갔다. 한나라당측의 당론이 그때마다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초 제의를 받은 박 대행은 "특검법을 뺀 국정전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당 3역은 "특검법 거부권 행사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거부감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결국 내부 논의를 거쳐 노 대통령과 박 대행간의 청와대 단독회동을 잠정 결정했다.
하지만 박 대행은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의 부담 때문에 혼자 청와대에 들어가는 것에 거부감을 갖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유인태(柳寅泰) 수석이 10일 한나라당을 방문, 당 지도부의 청와대 초청을 공식 제의했다. 이에 박 대행은 "단독 회담시 당내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고 뒷말이 있을 수 있다"면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나라당을 방문하겠다고 했으니 오시는 게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양측은 어렵지 않게 노 대통령이 당사를 방문하는 쪽으로 합의했으나 같은 날 오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상당수 참석자들이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모양새 갖추기에 이용되는 게 아니냐"면서 노 대통령의 당사 방문은 물론 회담 자체에 반대론을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은 우여곡절 끝에 11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청와대 회담을 수정 제의하고 당 3역이 모두 배석키로 했다. 경호문제와 준비부족 등 궁색한 변명이 뒤따랐다. 한나라당은 이날도 노 대통령과 자민련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을 의식, "대통령이 하루에 야당 대표 두 명을 만나는 전례가 없다"고 주장해 회담 날짜를 다음날인 12일로 잡았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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