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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열전 / 하이트 프라임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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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열전 / 하이트 프라임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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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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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서울 신촌, 종로, 대학로, 압구정 등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유흥가에서는 고가 수입 맥주를 파는 전문 주점이 크게 유행했다. 다양한 변화를 요구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고급 맥주에 대한 수요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무렵 하이트맥주는 수입 맥주에 대적할 프리미엄급 맥주 신상품 출시 준비에 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3월 탄생한 것이 바로 100% 순수 보리 맥주인 '하이트 프라임(Hite Prime)'이다.지금까지 국내 맥주는 보리 70%에, 옥수수가 30% 섞여 혼합 맥주 뿐이었다. 이에 반해 '하이트 프라임'은 100% 보리 원료만을 사용한 프리미엄급 맥주다. 부드러운 맛을 내는 옥수수를 넣지 않아 수입 맥주처럼 진한 맛이 나기 때문에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이트 프라임은 고급 맥주의 이미지를 주기 위해 병 목 부분에 상표(Neck Label)를 부착했고, 보조 상표에는 최적의 음용 온도를 나타내는 신호등 표시를 부착했다. 병 채로 마시는 300쭬짜리에는 돌려 따는 '트위스트 캡(Twist Cap)'을 장착했다. 알코올 도수는 일반 맥주(4.5도)보다 높은 4.69도이며, 출고가도 일반 맥주보다 10% 가량 높은 1,100원(500쭬)이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순수 보리맥주와 일반 맥주와의 차이점은 바로 유전자변형(GMO) 식품으로 재배된 옥수수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옥수수의 상당 부분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재배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이미 검증되지 않은 GMO 식품의 위험성을 감안, 대부분의 맥주가 100% 순수 보리 원료로만 제작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GMO 식품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옥수수가 포함된 맥주 판매가 허용되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이런 점을 들며 '하이트 프라임'이 기존 맥주에 대해 차별성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이트맥주측은 늦어도 10년 후면 국내에서도 프리미엄 맥주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이트 프라임'을 서둘러 출시한 것도 장기적인 영업 전략에 따른 것이다. 국내 식·음료 시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프리미엄급 제품들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다. '100% 오렌지 음료', '100% 순돈육', '100% 유기농 두부' 등 순수 원료를 사용한 고급 제품들이 국내 식음료 시장의 주류를 형성해 가고 있는 것. 이처럼 국내 식·음료 시장의 변화 추이에 맞춰 맥주도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것이 하이트맥주측의 시각이다.

선진국 맥주시장은 수년 전부터 이미 100% 보리 맥주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다. 독일맥주인 '바스타이너(Wasteiner)', '벡스(Beck's)', '뢰벤브로이'를 비롯해 덴마크 국적인 '칼스버그(Carlsberg)', 네덜란드 국적인 '하이네켄(Heinenken)'과 '암스텔' 등 상당수가 보리 맥주다.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은 1516년에 제정된 '맥주는 오직 보리, 호프, 그리고 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 정신에 따라 오래 전부터 100%순수 보리 맥주만을 시판해 오고 있다.

일본도 '기린맥주', '삿포로', '산토리', '아사히' 등 상당수가 100% 순수 보리를 원료로 한 프리미엄급 맥주가 전체의 7%를 차지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 첫 프리미엄급 맥주인 '하이트 프라임'이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우선 가격이 일반 맥주에 비해 비싼 데다 아직까지 프리미엄 맥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뒷받침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연간 맥주 총 판매량은 1,700만 상자(500쭬 20병)로 이 중 하이트맥주가 55∼56%, OB맥주가 43∼44%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하이트 프라임'은 전체의 1%인 연간 17만 상자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하이트맥주측은 '하이트 프라임'과 일반 맥주인 '하이트 맥주'에 같은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현재 '하이트 프라임'은 한·일 월드컵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윤도현 밴드'를 CF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프리미엄급 맥주의 경우 주로 젊은 층들이 찾기 때문에 다이나믹한 느낌이 나는 인기 그룹 윤도현 밴드를 모델로 기용한 것이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앞으로 5∼10년 후 국내 경제력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면 맥주 시장도 프리미엄급 쪽으로 급속히 이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트 프라임 마케팅에 아낌없는 선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에서 비롯되고 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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