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후면 시작되는 여름종목 흥행의 성공여부는 팬들의 궁금증을 얼마나 오래 끌고 가느냐에 달려 있다. 페넌트레이스 시작 전에는 팬뿐만 아니라 감독, 구단프런트, 연맹도 어느 정도 궁금증을 갖지만 이들의 궁금증은 금방 해소된다. 지난해보다 전력강화를 위해 노심초사한 감독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은 다른 팀의 전력변화다. 장기간의 전지훈련을 통해 자기 팀 전력은 충분히 강화했지만 남이 나보다 더 강해지면 그간의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프런트는 자신들이 팔아야 할 제품의 품질(전력)이 훈련을 통해 개선되었는지, 새로 준비한 팬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어떨지, 입장료 인하나 인상을 팬들이 잘 받아들일지 등등을 궁금해 한다. 리그를 운영하는 연맹도 리그소속 팀의 전력변화에 가장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상위팀과 하위팀 간의 전력차가 너무 나면 흥행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팬이 갖는 궁금증도 단연 팀 전력에 집중된다. 좋아하는 선수도 보고 싶겠고 떠들썩한 경기장 분위기도 기다려지겠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전력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 등장할지를 제일 궁금해 한다. 이들 중 전문가들로 구성된 앞의 세 집단은 대개 레이스를 한 달만 지켜보면 거의 정확하게 팀 전력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판단이 가장 늦은 집단이 팬이지만 전문가집단보다 판단력이 흐려서 늦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전문가 못지않은 예리한 눈을 가진 고급 팬들은 기대감이나 애정때문에 확인과정을 둘 뿐이지 언론보도도 우습게 알 정도의 안목을 갖춘 사람들이다. 팬들의 높은 안목을 알게 된 것은 야구장에서 스코어 맞히기 게임이라는 프로모션을 시행하면서였다. 이 게임은 출입구에서 배포한 용지를 5회 이전에 회수하고 경기가 끝나면 맞힌 팬을 가려내 다음날 비교적 고가의 경품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맞히는 사람이 적었다가 갈수록 정답자가 늘어나 나중에는 선물을 고가에서 저가로 대체하는 단계까지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답자가 늘어난 이유를 분석한 결과 팬들의 요령은 간단했다.
팬들은 전광판에 나오는 양팀 스타팅멤버 명단만 보면 승패는 거의 99% 맞힐 수 있고, 여기에 양팀 선발투수의 방어율, 타순의 구성, 감독의 작전성향 등을 감안하면 이변이 없는 한 실제와 근접한 스코어까지 예측해냈다.
이런 팬들은 얼마 후 공개될 개막전 스타팅멤버를 보는 순간부터 올해 경기장을 몇 번 정도 가볼 것인지를 마음속으로 미리 정할지도 모른다. 팬들의 궁금증을 기대감으로 바꾸고 경기의 재미를 극대화하려면 개막전부터 스타팅멤버를 필히 베스트로 구성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감독 고유권한이긴 하지만.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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