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청도 소싸움/쿵쿵 육중한 충돌… 보는 가슴도 쿵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청도 소싸움/쿵쿵 육중한 충돌… 보는 가슴도 쿵쿵

입력
2003.03.12 00:00
0 0

1톤에 가까운 육중한 근육 덩어리가 충돌한다. 모래가 튀어 관중석을 뒤덮고 뼈가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비명 같은 환호성이 터진다. 사람이 일부러 싸움을 붙일 수 있는 가장 큰 동물은 소(牛). 그래서 소싸움은 힘과 역동성에 있어 다른 종목과는 비교할 수 없다. 유순함과 복종의 상징인 소가 내면의 야수성을 응축해 표출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흥분은 더욱 커진다. 경북 청도권 이서면 서원천변 특설경기장에서 열리는 15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청도국제소싸움대회를 맞아 청도가 들썩이고 있다. 올해부터 국제대회로 이름을 바꾸고 일본, 미국, 호주의 소를 초청해 싸움판을 키우는 만큼 관광객이 쇄도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청도소싸움대회는 1990년 '영남소싸움대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됐다. 1999년부터 정부가 지정하는 문화관광축제가 된 이후 해마다 규모가 커져 이제는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스페인의 투우와 달리 소끼리 벌이는 싸움이어서 국제적인 매스컴의 관심도 많이 받아 해마다 축제 기간 중에는 외국의 기자, 사진작가들이 몰려오기도 한다.

국제행사로 탈바꿈하는 만큼 다채로운 이벤트도 열린다. 중국의 기예단을 초청해 묘기와 마술을 선보이고, 온누리예술단이 국악을 공연한다. 상설공연장에서는 난타, 도깨비스톰, 라틴댄스, 브라질 전통 무예 등이 공연되고 우리의 전통농경생활을 보여주는 청도소싸움역사관도 문을 연다.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운집하는 사진촬영대회도 열린다.

청도 여행

청도에는 소싸움 외에도 볼 것이 많다. 특히 '청도의 눈'으로 불리는 운문사(雲門寺·운문면 신원리)는 빼놓을 수 없다. 신라 진흥왕 21년(560년)에 창건돼 한때 2,000여명의 승려가 수도했던 대찰이다. 지금은 비구니들을 위한 승가대학(운문승가대학)이다. 대웅보전(보물 제835호) 등 7점의 문화재와 천연기념물 180호인 처진소나무가 있다. 특히 종소리가 은은하게 퍼지는 새벽예불이 유명하다. 절 앞까지 이어지는 울창한 소나무 숲길도 운치가 있다.

지하 850m에서 뽑아 올리는 청도용암온천이 최근 떠오르는 여행지. 양질의 게르마늄 온천으로 관절염, 천식, 위장병, 빈혈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구, 경북권에서는 흔치 않은 노천탕도 있고 주변에 테마랜드가 조성됐다.

운문댐은 드라이브의 명소. 댐을 빙 둘러 호변도로가 잘 닦여졌다. 청도 8경 중의 하나인 낙대폭포도 볼만하다. 30m의 물줄기가 장관이다. 예부터 이 물을 맞으면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해 약수폭포라고도 불린다.

청도는 생각보다 멀다. 서울서 400㎞를 넘는다.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로 빠져 30번 지방도로를 이용하는게 가장 빠르다. 그러나 대구의 지리를 모르거나 길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은 당황하기 쉽다. 조금 돌더라도 경산까지 가는게 안전한 방법. 경산시내에서 25번 국도를 따라 대명→화양→남성현을 지나면 된다.

청도에는 추어탕이 유명하다. 그러나 미꾸라지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엄격히 말하자면 추어탕이 아니다. 청도의 동창천 다로천, 밀양 얼음골등에서 잡은 쏘가리, 메기, 꺽지, 망태, 퉁가리 등 무공해 민물고기가 재료. 만드는 방법은 추어탕과 비슷하다. 고기를 손질해 3∼4시간 고기살이 흩어질 정도로 고아낸다. 채로 뼈를 걸러낸 국물에 배추 파 마늘 된장을 넣은 뒤 다시 1시간 가량 끓인다. 매운 고추와 고춧가루양념으로 맛을 내고 취향에 따라 산초가루를 곁들인다. 전라도(특히 남원)식이 걸쭉하고 뒷맛이 두텁다면 국물이 맑은 청도 추어탕은 개운하고 시원하다. 청도역전의 삼양식당(054-371-5354), 의성식당(371-2349), 향미식당(371-2910)등이 잘한다.

소싸움 관전법

소싸움은 궁지에 몰린 소가 머리를 돌려 달아나면 승패가 결정난다. 시간제한이 없어 상대를 제대로 만나면 1시간은 보통이다. 갑(730㎏이상) 을(730㎏미만) 병(630㎏미만)종등 체급을 세 개로 나눈다.

싸움소는 어릴적부터 선택돼 특별한 훈련을 받는다. 본격적으로 싸움을 시작하는 시기는 2살이고 최고의 체급인 갑종까지 자라 은퇴할 때까지 평균 6년간 싸움을 한다. 싸움소가 되는 과정은 험난하다. 산악달리기, 타이어 끌기 등 기초체력훈련은 물론 뿔치기와 힘겨루기 등 기술 훈련을 받는다. 감독 격인 우주(牛主)는 소의 지구력과 근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거의 소와 마찬가지로 달려야 한다. 먹는 것도 귀족이다. 주식인 여물에 보리쌀과 콩을 섞어 먹이는 것은 기본이고 경기가 임박하면 심전대보탕 등의 한약과 미꾸라지, 뱀 도 먹인다.

소가 싸우는 이유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소가 싸움판(일명 우짱)에 들어서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맑았던 눈망울에 벌겋게 핏기가 돌고 울음 소리도 날카로와진다. 두 마리가 머리를 맞대고 준비자세를 취하다가 잠시 떨어진다. 소 주인이 "나가자, 쳐라!"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돌진하면서 날카로운 뿔로 편치를 날린다. 주인은 선수를 만질 수 없고 단지 옆에서 작전지시만 내릴 수 있다

. /권오현기자 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